레이싱모델 류지혜(30)와 프로게이머 출신 이영호(27)가 엇갈린 기억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에서 유일하게 일치하는 것은 한때 애틋했던 마음뿐이다. 류지혜는 “이영호와 교제 중 임신과 낙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1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 류지혜는 본인의 이름으로, 이영호는 프로게이머 시절 사용했던 배틀넷 접속 아이디 ‘플래시(FlaSh)’라는 필명으로 활동한다. 모두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를 활용하고 있다.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인터넷방송으로 송출됐고, 영상으로 저장됐다.
폭로전의 포문은 류지혜의 입으로 열렸다. 류지혜는 19일 방송 중 “낙태 수술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이로 인해 류지혜의 이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곧 상대 남성으로 이영호가 지목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류지혜가 8년 전 이영호와 교제하는 과정에서 임신과 낙태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올라오면서다.
류지혜는 2010년 전후에 ‘레이싱 퀸’으로, 이영호는 같은 시기에 스타크래프트 최강자로 군림하며 각자의 분야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교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교제 사실이 임신·낙태와 함께 전해지면서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영호는 곧 인터넷방송을 개설해 반박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8년 전에 만난 것은 맞다. 과거 좋았던 사이여서 그동안 (인터넷방송에서) 나를 언급해도 참았다. (류지혜가) 술만 마시면 나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영호는 류지혜의 임신·낙태 주장에 대해 “나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 어느 날 (아이를) 지우고 가져왔다(증거를 들고 찾아왔다). ‘남자인 어느 친구와 지우고 왔다’고 나에게 말한 게 전부였다”며 “사귄 것은 맞지만 나는 그것(임신·낙태)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반박했다.
류지혜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방송을 열어 이영호의 주장을 되받았다. 그는 채팅창으로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항의 글을 확인한 뒤 “(이영호가) 나를 고소한다고 하는가. 고소하라고 하라. (내 주장이) 맞는 말이니까”라고 했다.
또 ‘이영호의 아이라는 증거가 있느냐’는 시청자의 질문에 “함께 치료했던 산부인과가 있고, 함께 갔던 친구(목격자)도 있고, (이영호와) 대화한 카톡 캡처도 있다”며 “좋아했고 사랑했다. 그게 끝이었다. (이영호가) 1년 전에 물었다. ‘그게(낙태로 잃은 아이의 아버지가) 진짜 자신이냐’고. 그 뒤로 만나지 않았다. 그게 팩트(진실)다”고 말했다.
류지혜는 방송 사이사이에 “좋아했고 사랑했다”거나 “나쁜 관계가 아니었다. 좋지 않게 헤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시청자가 채팅창에 이영호를 비난하자 “영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 타임라인은 요동치고 있다. 류지혜와 이영호의 이름은 한나절을 넘긴 오후 6시 현재까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 사이 두 사람의 인터넷방송 구독자도 증가했다. 이영호는 33만3000명, 류지혜는 13만7000명을 확보했다. 그만큼 대중적 관심이 높았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채널을 오가며 진실공방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쟁점은 세 가지다. 낙태의 법적·도덕적 책임, 둘 중 한 사람의 허위주장, 미성년자 성관계의 위법성이 바로 그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을 종합하면 교제 시기인 8년 전 류지혜는 22세 성인이지만 이영호는 19세 미성년자다. 다만 류지혜는 “내가 25세였을 때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해 미성년자 성관계를 부인했다. 류지혜의 주장대로면 이영호의 나이는 22세였다.
이영호는 만 15세였던 2008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2010년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그랜드파이널 스타크래프트 부문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승승장구하던 2015년 손목 부상과 성적 부진을 이유로 마우스를 내려놓고 인터넷방송 진행자로 직업을 바꿨다.
류지혜는 만 18세였던 2008년,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 레이싱 모델로 발탁됐다. 2010년 아시아모델 어워드와 2013년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에서 레이싱모델 부문 인기상을 석권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6년 은퇴해 인터넷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