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한 V리그 여자부의 순위 향방이 아직도 묘연하다. 각팀마다 4~5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1위는 2위와 승점 3점차, 4위는 2위와 승점 3점차로 촘촘히 얽혀있다.
‘1위는 우리 것’ 흥국생명
흥국생명의 에이스 이재영은 올 시즌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 데다 내내 기복 없는 활약으로 박미희 감독의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다. 이대로 흥국생명이 1위를 지킨 채 시즌이 끝난다면 MVP는 이재영의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리베로로 각광받는 김해란이 이재영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톰시아도 득점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신인 센터 이주아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을 보좌할 국내 선수진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나머지 세 팀에 비해 한 경기 덜 치르고도 승점 51점으로 1위 수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2위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만 주의하면 챔피언결정전 직행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디펜딩챔피언이 온다’ 한국도로공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지난해같은 통합챔피언은커녕 봄배구도 확신할 수 없었던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디펜딩챔피언’ 다운 저력을 보이며 최근 5연승 순항 중이다. 어느새 승점 48점으로 2위까지 올라왔다.
공격력에 있어 국내 최정상급이라는 평을 받는 에이스 박정아와 아직도 정상급 센터로 군림하고 있는 베테랑 정대영을 중심으로 한 국내 선수진에 이바나의 대체 외국인 선수 파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흥국생명과의 맞대결이 한 차례 남아있는 만큼 봄배구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직행도 꿈은 아니다.
‘반드시 반등한다’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은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에 0대 3 셧아웃을 당한 뒤 14일 현대건설전에서 풀세트 끝 힘겹게 연패를 끊었다. 그러나 16일 GS칼텍스전에서는 4세트 상대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결장했는데도 풀세트 끝 역전패 당하며 GS칼텍스와 승점 단 1점차로 몰렸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어나이가 압도적인 리그 득점 1위(698득점)에 오르며 성공적인 한국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어나이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경우 막판 순위 경쟁에서 선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를 보좌할 국내 선수 김희진과 고예림, 김수지 등의 분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GS칼텍스
시즌 중반까지 호성적으로 ‘장충의 봄’을 기대했던 GS칼텍스는 알리의 기복과 강소휘의 부상 등으로 기세가 떨어졌다. 13일 흥국생명전에서 셧아웃을 당한 뒤 차상현 감독이 “외국인 선수가 이런 경기력이어서는 안된다”고 대놓고 비판할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알리는 16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부상으로 빠졌고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GS칼텍스의 다음 맞상대는 최하위 KGC인삼공사다.
GS칼텍스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표승주를 보유했다. 강소휘의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레프트 자리에도 나오던 표승주가 알리의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높다. 이소영과 강소휘의 부담이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지난 IBK기업은행전에서 막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신인 박혜민도 출장 시간이 많아질 수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