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85)] 명예훼손 ⑮ 만평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입력 2019-03-04 10:00

A는 언론사에 만평을 그리고 있는데, 경제위기 책임자였던 B씨에 대한 만평에서 B씨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혹과 관련, B씨가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해외도피를 측근과 의논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B씨는 A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이 사안은 언론사의 만평에 대해 법원이 일반적인 보도와 동일하게 판단하는지, 아니면 그림이라는 특성 때문에 별도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B씨는 고소장에서 “해외로 도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거나 해외 도피를 계획 또는 모의한 적이 전혀 없음에도, A가 만평을 통해 자신이 처벌을 면하기 위하여 해외로 도피하려 하고 있거나 도피를 모의하고 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만평은 한 두 컷의 그림과 압축된 설명을 통해 특정 인물을 희화화해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풍자가 만평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만평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기보다는 이를 간접적으로 암시하거나 다른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빌려와 재구성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만평은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고, 압축된 글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명예훼손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만 만평 특유의 희화화, 과장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사건 만평의 경우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B씨가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해외 도피를 염두에 두고 있는 장면은 그 자체가 표현의 목적 또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상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기 위하여 사용된 풍자적 외피 또는 은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만평으로 인해 B씨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재심법률지원 위원,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