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에서 불거진 마약 투약 의혹 등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강남 일대 클럽을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은 버닝썬 사내이사였던 그룹 빅뱅 멤버 승리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버닝썬의) 경찰과의 유착 의혹, 마약 및 성폭력 의혹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버닝썬에서의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 직원 A씨를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버닝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MD로 근무한 A씨는 대마초와 필로폰, 물뽕(GHB), 엑스터시 등 여러 종류 마약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17일 버닝썬 VIP를 대상으로 마약을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인 여성 ‘애나’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애나 자택에서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병과 흰색 가루가 발견돼 경찰이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애나에 대해 출국정지 신청을 해 법무부 승인을 받았다. 애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데 이어 김모(28)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인 신분으로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관심은 버닝썬의 사내이사를 맡았다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가수 승리에게 쏠리고 있다. 승리는 그동안 방송을 통해 자신이 이름만 파는 ‘바지사장’이 아니라고 강조해오다 사건이 터지자 “버닝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버닝썬 내 마약 유통과 관련해 버닝썬 임원진과의 연관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승리에게도 경찰 수사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승리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해 추후 상황에 따라 수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이 버닝썬 마약유통의 핵심 열쇠로 보고 있는 ‘애나’는 지난해 10월 승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승리를 ‘승리 대표’라고 부르기도 했다.
승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도 불구하고 16~17일 서울 송파구 SK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 이후 조만간 군입대를 앞둔 그는 “쉬운 발걸음이 아닐 거라 믿는다. 못난 저를 보러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다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릴 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승리는 23일 싱가포르에 이어 다음달 9~10일 일본 오사카, 다음달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