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뛸 시간이 필요하다… 발렌시아 감독은 ‘글쎄’

입력 2019-02-19 07:00
이강인이 18일(한국시간) 에스파뇰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격 대기를 명받았던 이강인이 또 다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벌써 5경기 연속 결장이다.

이강인의 소속팀 발렌시아는 18일 에스파뇰을 상대로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4라운드를 치렀다. 이강인은 이 경기를 앞두고 19인의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팀은 이강인의 결장과 함께 아쉬운 결정력 속에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 축구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에브로와 32강전에서 만 17세 327일의 나이로 유럽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입지를 넓혔고, 지난해 프리시즌에서 1군과 동행해 평가전에 꾸준히 출전했다. 동아시아인으로는 구단 최초로 1군 경기를 소화했고 동시에 최연소 외국인 선수 출전 기록을 세웠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달 공식적으로 1군에 등록됐다. 발렌시아로서도 이강인의 빠른 1군 호출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허리를 구성할 미드필더들이 줄 부상을 당했기 때문. 이강인은 아시아 선수 최연소로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을 치르며 서서히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부상 선수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한 탓이다. 이강인이 뛸 자리는 없었다. 이달 치른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명단에서 제외된 것만 2번이다.

이강인이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발렌시아CF와 공식 1군 계약을 맺고 있다. 발렌시아 홈페이지 캡처

발렌시아의 이번 시즌 현실적인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어내는 것이다.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 세비야(승점 37)와의 격차는 승점 5. 이날 무승부를 거두며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었으나 행운이 따랐다. 세비야 역시 같은 날 비야레알에 0대 3으로 패하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갈 길이 바쁜 만큼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역시 지난 10일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출전 여부와 관련해 같은 취지로 답했다. “주전 자격을 증명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우리 팀이 17세의 어린 선수가 연달아 경기에 나설 수준은 아니다.” 이강인에게 드리운 어두운 미래다.

이강인으로선 답답하다. 경험치가 가장 중요할 시기에 출전이 쉽지 않다. 이미 1군에 등록됐기 때문에 2군 경기에 출전할 수도 없다.

한국 축구대표팀으로선 악재다. 이강인은 오는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출전이 예상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승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그를 불러낼 명분도, 이유도 없어진다. 중요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성장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현재 이강인에겐 실전 경기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