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의 불안한 외줄타기… 첼시 前 감독들과 같은 전철 밟나

입력 2019-02-18 14:29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이 11일(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좌절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잉글랜드 첼시는 15일 스웨덴 말뫼와 가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로스 바클리, 올리비에 지루의 득점을 앞세워 2대 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간신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상황은 최악으로 볼 만 했다. 4경기 연속 패배로 잡음이 많았다. 사리 감독에 대한 경질설과 선수들의 태업 논란이 쉴 새 없이 불거졌다. 사리 감독은 말뫼와의 경기를 끝낸 뒤 “3주 동안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16일 익명 선수의 말을 빌려 “첼시가 생존한 두 개의 컵 대회 중 단 하나라도 조기 탈락하면 사리가 곧바로 경질될 것”이라 보도했다. 첼시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카라바오컵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A컵 맞대결을 앞두고 있으며, 25일엔 맨체스터 시티와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치른다.

선수들은 훈련 시간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고 있다. 사리 감독은 첼시 지휘봉을 잡은 뒤 경기 시간을 고려해 훈련 시간을 이른 오후로 조정했다. 이 조치는 당초 환영을 받았지만 가족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 선수들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속 시끄러운 첼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첼시 공격진의 핵심인 에당 아자르는 2020년 여름 계약이 끝난다. 아자르가 재계약을 거부하면 첼시로선 올 여름이 이적료로 제값을 받아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지 언론들은 아자르가 끝내 첼시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첼시 유소년 아카데미의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10대 공격수 칼럼 허드슨 오도이는 보다 많은 기회를 받기 위해 이적을 요청하고 나섰다.

다비드 루이스도 마찬가지다. 첼시는 30세 이상의 선수와는 1년 단기 계약밖에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루이스는 측근에게 “연봉이 대폭 줄어든 1년 연장 계약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골로 캉테, 마르코스 알론소,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이적설도 떠돌고 있다. 이들 모두 도전술적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리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집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몇몇 선수들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에서 최근 10년간 임시 감독을 포함해 11명의 사령탑이 스쳐 갔다. 그 이면에는 내분이 크게 자리했다. 선수들의 항명, 태업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사리 감독이 그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