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민원 1호,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회수…사고 원인 규명 가까워지나

입력 2019-02-18 12:18 수정 2019-02-18 16:50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수색 작업을 통해 남대서양 사고 해역에서 17일 발견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교 모습.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외교부 제공

지난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한국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됐다. VDR은 항해기록이 저장된 일종의 ‘블랙박스’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각종 정보들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인피니티사의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전날(17일)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하고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있는 일종의 블랙박스인 VDR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선교는 본체로부터 떨어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측면에 표시된 선박 고유 식별번호를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우리 정부가 선정한 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사의 ‘씨베드 컨스트럭터’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출항,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를 투입해 수색을 이어왔다.

수색에 나선지 이틀 만에 선교와 블랙박스를 발견하는 등 빠른 속도로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정부 관계자는 “오션인피니티사가 아르헨티나 잠수함 수색에 참여해 찾은 실적이 있고,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수색에도 참여하는 등 기술력이 확보된 회사”라고 설명했다.

발견 해역은 남아공 케이프타운 서쪽 1860노티컬마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동쪽 1840노티컬마일 떨어진 곳이고, 수심 3461미터에 달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수색 작업을 통해 남대서양 사고 해역에서 17일 발견된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외교부 제공

회수된 VDR은 현재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식을 막기 위해 특수용액에 담아 ‘씨베드 컨스트럭터’호 내에 안전하게 보관 중이며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으로 이송될 옮겨질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VDR에는 날짜와 시간, GPS 선박 위치, 속력, 방위, 선교녹음, VHF통신(선박 초음파 통신)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면서 “이를 기상 상태와 연결해 운행 적정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과 관련한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분석에서는 짧게는 1개월, 음질 상태 등에 따라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VDR 분석은 해양경찰과 해양안전심판원이 맡아 진행한다. VDR 분석을 통해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오랜 기간 심해에 있었던 VDR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씨베드 컨스트럭터’호는 현재 스텔라데이지호 본체와 미확인 구명벌을 발견하기 위한 집중 수색작업을 진행중이고, 이달 말 몬테비데오항에 돌아올 예정이다. 이후 다시 사고해역으로 이동해 2차 심해수색을 실시한다.

선교와 블랙박스 발견에 대해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이날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찾고 블랙박스를 수거했다는 소식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빨리 침몰선박을 찾아내고 블랙박스를 수거할 수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년간 ‘선례가 없어 심해수색을 할 수 없다’ 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가족대책위는 “앞으로 블랙박스 및 추가로 찾는 증거를 통해 사고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8명을 포함, 총 22명이 실종됐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은 지속적인 수색 작업을 정부 당국에 요구했고, 그 결과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호 민원’으로 접수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