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혐오가 싫어하고 미워함의 의미로 통용되지만, 혐오표현(hate speech)은 단순한 감정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 집단/개인을 부정하거나 차별, 배제하는 태도와 연관된다. 유난히도 혐오발언이 늘어나는 요즘, 혐오를 다루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통해 혐오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김현경은 사람과 인간을 대조하며, 인간과 달리 사람이란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회적 인정이 요구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곧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그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장소를 가질 때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사람, 장소, 환대, 세 가지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요즘 거센 혐오표현의 대상들이 여성, 난민, 장애인, 노년층 등인 것을 생각하면, 조건부 환대가 차별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절대적 환대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스도인의 과제가, 유명한 신학자의 "불가능한 가능성"에 대한 것이란 말로 대신한다.
책 <배제와 포용> 미로슬라브 볼프, IVP
크로아티아 출신의 신학자답게 배제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볼프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배제와 포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사람들이 ‘순수한’ 정체성을 지키고 타자로부터 권력을 획득, 중심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배제를 자행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혐오를 낳는다. 진정한 정체성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을 통해 형성된다는 볼프의 말은 오늘날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이정표를 제시한다. 그 이정표는 단순히 현상에 대한 신학적 분석을 넘어서, 정의와 은혜 사이, 피해자-가해자의 궁극적 화해에 이르는 길에 이르게 할 것이다.
김지혜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