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집단폭행 가해자들, SNS 활동 버젓이” 피해자 누나 인터뷰

입력 2019-02-18 05:00
지난달 대구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10대 10명에게 폭행당한 B씨의 최근 모습. A씨 제공.

이른바 ‘대구 집단폭행 사건’ 피해자의 누나 A씨(29)가 가족 구성원 모두 심각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트라우마 때문에 피해 당사자인 동생 B씨(26) 외에 자신도 심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가해자들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A씨는 지난 15일과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해자 대부분 죄의식 같은 게 없다”며 “개의치 않고 일상생활을 한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10명 중 3명만 구속됐는데, 불구속 입건된 나머지 7명은 SNS 활동을 하거나 술자리를 갖는 등 폭행 사건 전과 다름없이 지낸다는 것이다.

A씨의 남동생 B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2시30분쯤 대구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10대 10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B씨 일행 3명 중 1명과 가해자 1명의 어깨가 부딪힌 게 화근이 됐다. 10대 무리는 B씨 일행을 무자비하게 때렸고, B씨는 이를 말리다가 폭행에 휘말렸다. B씨는 안와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

폭행당해 쓰러진 피해자와 도와주는 행인들. 온라인 커뮤니티

경찰은 폭행 후 현장을 떠난 10대 무리를 CCTV 분석 과정에서 검거했다. 이 중 폭행 가담 정도가 심한 3명만 구속됐다. A씨는 “불구속된 가해자들의 SNS에 들어가 보니 할 거 다 하더라. 반면 제 가족들은 일상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일부 가해자가 술 마시고 노는 모습을 보니 가담 정도를 떠나 엄연히 집단 폭행 사건인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B씨는 여전히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동생의 현재 상태에 대해 “안와 골절 때문에 우선 수술로 인공 뼈만 둘러놨다”며 “맞아서 변색된 치아 4개도 치료가 필요한데 인공 뼈 탓에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폭행 당시 바닥에 끌려다니면서 얼굴에 생긴 상처가 덧나 피부염까지 발생했다. 얼굴을 크게 다쳐 제대로 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행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도 크다. B씨는 지속적인 심리 치료를 받기로 했고, A씨는 몇 차례 받았지만 우선 일상생활을 해 본 후에 추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부모님 역시 충격에 빠져있다. 치료비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보험, 피해자 지원 등 치료비가 충당되는 부분도 있지만 부담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A씨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한 청원.

A씨는 “대체 얼마나 화가 났기에 사람을 이렇게 때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헬스트레이너다. 그런데도 안구가 함몰되고 갈비뼈가 부러질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애초 B씨는 자신의 일행에게 폭행을 가하는 가해자 무리를 말릴 생각뿐이었지만 이들 일당은 크게 흥분해 있었다. B씨는 얼굴을 수차례 맞으면서 저항조차 못 하는 상태가 됐다. A씨는 “CCTV를 보니 가해자들이 주먹, 발 등으로 동생 얼굴만 집중적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결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사건 직후 A씨는 가해자 중 1명에게 “당시 현장에 끝까지 없어 상황을 정확히 몰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CCTV에는 해당 가해자가 현장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B씨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가해자의 모친은 A씨에게 전화해 “이미 벌어진 일이니 합의해야 하지 않겠냐”고 종용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B씨 일행에게 맞았다고 허위로 진술해 무고 혐의가 추가됐다. 이 과정을 겪은 A씨는 “가해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가해자들이 소년법 적용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게 도와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가 인터뷰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A씨는 “이미 전과가 있는 애들도 있다. 소년법을 잘 아는 애들”이라며 “제 동생의 피해가 많이 알려져 법이 강화되면 좋겠다. 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감형 걱정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