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진 목사 “장애인 청년 위한 영화제 만들고 싶어요”

입력 2019-02-17 15:22
임동진 목사가 16일 서울 마포구 생명나무숲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지적 장애를 겪는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 결혼을 망설이는 남녀에게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견디어낸다”(고전 14:7)는 말씀이 새겨진다. 최근 종영한 CGNTV 드라마 ‘고고송’의 내용이다. 지적 장애를 겪는 남녀는 실제 지적 장애인 배우인 강민휘씨와 백지윤씨가 연기했다. 그 곁에선 원로배우인 임동진(75) 목사가 조연으로 열연했다. 임 목사 자신도 신체를 담당하는 좌측 소뇌가 30%밖에 움직이지 않는 장애인이다.
16일 서울 마포구 생명나무숲교회(장헌일 목사)에서 만난 임 목사는 유명한 원로 배우이자 목사로 알려져 있다. 극단 예맥의 대표로 성경의 가치관을 담은 예술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1990년 TV연기자기독신우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이 된다. 루터대에서 신학을 공부해 2007년 목사 안수를 받고 열린문교회에서 9년간 목회했다.
하지만 임 목사를 장애인으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2000년 갑상선 암 수술 후 급성 뇌경색이 발병해 의사로부터 반신불수 판정을 받는다. 처음 휠체어에 탔을 때, “제가 하나님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라며 원망도 했다. 걷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휠체어를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그를 검진한 한 의사는 임 목사의 걸을 수 있음에 “믿기지 않는다”며 “하나님께서 수고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동진 목사가 16일 서울 마포구 생명나무숲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임 목사는 지금도 늘 오른쪽 팔과 다리가 무감각해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 무감각 속에 역설적이게도 누가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간헐적으로 그를 찾아온다. 그런데도 임 목사는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상영 시간 2시간의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 주연은 물론 기독뮤지컬 ‘그 사랑’ 가족애를 전하는 연극 ‘아버지의 선물’까지 연기해 냈다. 최근 고고송을 촬영하며 후배 배우인 강씨와 백씨를 격려한 것도 자신과 같이 장애를 이겨내는 그들의 모습이 대견했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최근 수원장애인청년문화제를 구상하고 있다. 수원시 문화인들을 만났고 수원시에 곧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장애인이 직접 영상을 만들고 출연도 하며 삶의 소명을 찾는 축제 한마당을 열기 위해서다. 임 목사는 “일반인으로서는 갖기 힘든 특별한 예술적 감성을 장애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며 “영상 촬영 기술이 좋아진 오늘날 장애인의 능력을 패럴림픽처럼 발휘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목회 은퇴 후 선한목자교회-선한공동체(김명현 목사)에서 장애인을 섬기고 있다. 한 장애인이 예배 중 “목사님, 나 방귀 뀌었다”고 말하면 등을 두들겨 주고 즐거워하며 공동체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세상 속에 마음껏 자신을 펼치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을 보며 임 목사는 그들을 세상 속에 당당하게 서게 만드는 일을 소명으로 삼았다. 임 목사는 “예수님은 작은 자를 섬기는 것이 나를 섬기는 것이라고 했다”며 “나의 장애를 초월하게 한 하나님을 믿기에 내 삶이 허락되는 모든 날을 장애인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