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SBS ‘미운우리새끼’)는 ‘다시 쓰는 육아일기’를 주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육자로서 ‘엄마’만 등장하는 것은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
#MC가 양재욱을 소개한 후 신현준이 ‘잘 생겼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의학 전문의라는 양재웅의 직업과 전혀 상관없는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MBC ‘전지적참견시점’, 외모지상주의 조장)
지난해 7월 서울YWCA가 정리해 배포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인터넷에서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가 적절한 부분을 잘 지적했다는 찬성 의견과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을 담고 있다는 비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성을 과일에 비유한 그래픽을 삽입하거나 집안일 못하는 여성을 ‘무책임한 엄마’로 비난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비판”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잘생겼다”는 단순 칭찬까지 ‘외모 지상주의’라고 지적한 대목과 현실에 존재하는 남녀의 역할 차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건 “과도한 검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고서는 서울YWCA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2018년 7월 1~7일 12개 TV채널(지상파, 종편, 케이블)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서울YWCA는 모니터링 결과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의 성평등한 내용은 7건이었고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양적분석부터 분석했다. 출연자 성비에선 남성(63.2%)이 여성(36.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에선 30대가 29.1%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6.7%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 역할을 보면 주진행자의 경우 남성이 73.2%로 여성(22.8%)에 비해 3배 많았다.
서울YWCA는 질적분석 면에서 성평등적 내용은 7건이었고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이라고 집계했다.
성평등적 내용에서는 여성의 주체성을 표현한 내용 4건(57.1%) 현실반영성 2건(28.6%), 다양성 1건(14.3%)이었다. 성차별적 내용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12건·37.5%)이 가장 많았다.여성의 주체성 무시/남성 의존성향 강조 내용(6건·18.8%), 외모지상주의 조장(5건·15.6%), 여성의 성적대상화(5건·15.6%), 선정성(2건·6.3%), 성희롱·성폭력 정당화(1건·3.1%), 성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단어와 행동의 무분별 사용(1건·3.1%) 순이었다.
네티즌들은 성차별적 내용이라고 지적된 내용의 일부분이 지나치게 편협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엄마는 아기를 기르고 아빠는 밖에 나가 돈을 버는 전통적 성역할의 존재를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비판이다.
#<아내의 맛>(TV조선, 7월 3일)에서는 여에스더가 사회생활로 인해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못 해주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자녀들의 끼니를 잘 챙겨주지 못했으므로 며느리가 아들의 끼니를 잘 챙겨주지 못해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홍혜걸이 “자랑이다”라고 말하며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여예스더’를 비난했다. 가정의 안과 밖을 구분하고 집 밖의 일은 남성에게, 집 안의 일은 여성에게 할당하는 이분법의 성역할 고정관념 속에서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여성은 ‘무책임한 엄마’가 된다. 또한, 집안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필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이분법적 역할 구분은 여성에게 이중의 노동을 요구한다. 해당 방송은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역할 구분에 바탕을 둔 홍혜걸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강화하는 것이다.
#‘1박 2일’(KBS2, 7월 7일)에서는 1박 2일 고정출연자들과 대성동 주민들이 팀을 나누어 식사 메뉴 선정을 위한 뽕망치 게임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한 팀에서 윤시윤이 게임 참가자로 선정되자 상대 팀의 고정출연자들은 여성 주민을 게임 선수로 선정하며 “설마 여성분을…….”이라고 말한다. 또한 해당 장면에 ‘여자분이네...’란 자막이 삽입되었다. 이는 여성은 연약하므로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또한, 뿅망치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때려야 하는 다소 폭력적인 게임을 선정하고, 여성을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존재로 보는 것은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이 캡처돼 퍼지면서 네티즌들이 발끈했다. 남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터에 나가거나 불을 끄거나 흉악범을 잡는 일 등 험한 일을 도맡아 해왔는데 이런 비판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그럼 여자도 군대 가고 똑같이 총잡아라. 그럼 성역할 차별 안 한다.”
“제발 누가 거짓으로 만든 자료라고 말해주세요. 남자 우습게 아는 정권 다신 안 찍는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비하하는 건 절대 해선 안 되죠. 근데 이건 억지네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을 잘 포착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만든 보고서네.”
“이런 거 하라고 국민 세금 쓰는 거?”
“이런 비뚤어진 생각으로 예능을 보다니”
같은 보고서는 아니지만 여성가족부(진선미 장관)가 지난 13일 개정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도 인터넷서 논란 중이다.
안내서는 2017년 방송사와 제작진이 방송 제작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5개 사항을 보완한 것이다. 5개 사항이란 ① 방송은 주제의 선정에서부터 성평등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② 방송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균형 있게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③ 방송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양성의 다양한 삶을 보여줘야 한다 ④ 방송은 성폭력·가정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⑤ 방송에서는 성차별적 언어 사용에 대한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 등이다.
큰 틀에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됐다. 여가부 안내서에는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거나 ‘상황에 맞지 않은 지나친 화장, 노출 혹은 밀착 의상, 신체 노출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등이 명시돼 있다.
네티즌들은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데 그럼 출연금지 시켜야 하나요”라거나 “여성 기상 리포터분들은 대체로 밀착된 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이제 한복 입고 나와야 하나요” “애초부터 여성은 예뻐 보이려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말씀이군요. 그럼 여성분들부터 화장해선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등의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