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만 세 번 ‘황제보석’ 이호진… 법원이 판단한 여섯 번째 결론은

입력 2019-02-15 14:52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백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질환 등의 이유로 풀려났지만 음주와 흡연 논란으로 다시 구속됐다. 2019.02.15. 뉴시스.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킨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세 번째 항소심이자 기소 후 여섯 번째 선고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 액수가 200억원이 넘고, 회사 직원들이 범행에 조직적으로 가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금을 사후적으로 변제했다고 또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한다면 고질적인 재벌 개입 범행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횡령, 배임은 여전히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2차 환송 전 항소심(두 번째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며 “검사는 상고하지 않고 이 전 회장만 상고했다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돼서 징역 3년6개월이 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라 분리해 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이 포탈 세액 7억원 상당을 국고에 반환한 점이 양형에 고려됐다.

이 전 회장은 실제보다 섬유제품이 적게 생산된 것처럼 꾸미는 등 이른바 ‘무자료 거래’를 하고 가족과 직원 급여 등을 허위 회계 처리하는 등 회사자금 4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주식과 골프연습장 등을 싼 값에 사들여 회사에 9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또 법인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을 유지하되 벌금을 10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고 조세포탈 혐의를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그 결과 이 전 회장은 파기환송심(두 번째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받았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심리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또 다시 파기하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구속 후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보석 결정을 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음주와 흡연 등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보석’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13일 재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인 법원에 보석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법원은 같은해 12월 14일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보석을 결정할 당시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다”라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