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이 14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나영석 CJ ENM PD와 불륜설이 불거진 배우 정유미의 발언을 언급하며 “지라시 속에서 살아남은 배우의 일갈이 처연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폭행·협박 등의 의혹에 휩싸인 손 사장은 “사실과 주장은 모두 다르다”며 부인하고 있다.
손 사장은 이날 고사성어 ‘증삼살인’의 일화로 앵커브리핑을 시작했다. 증심살인은 무고가 반복되면 거짓말도 진실처럼 느껴진다는 뜻으로, 공자의 제자였던 ‘증삼’과 얽힌 이야기다. 손 사장은 “증삼을 믿었던 어머니도 ‘당신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세 차례 듣자 관아로 달려갔다”며 “거짓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사실이 돼버리고 만다는 두려운 이야기”라고 했다.
뒤이어 유명 작가 겸 방송인의 전 부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던 모 언론사 기자의 사례가 나왔다. 기자 A씨는 최근 ‘나는 ○○○의 전 부인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여러 블로거를 상대로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손 사장은 “해프닝으로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당황스러운 소문의 상처”라며 “A씨는 소문과의 전쟁을 이 시간에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최근 적발된 소위 지라시의 유통과정 또한 그러했다”면서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많은 가공을 거쳐 퍼졌고 대중의 호기심과 관음증은 이를 퍼뜨리는 동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정유미가 나 PD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허위 소문에 시달린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유미 측은 유포자가 검거된 뒤 “합의나 선처 없이 강경 대응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사장은 “인터넷, SNS, 휴대전화는 물론 삐삐도 없던 옛날에도 단지 세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누군가를 살인자로 만들었는데”라며 “카카오톡이든 유튜브든 널린 게 무기이니 이 정도의 음해야 식은 죽 먹기가 된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주하는 지라시 속에서 살아남은 배우의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다’는 일갈이 처연하게 들린다”고 덧붙였다.
손 사장은 지난달 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식 주점에서 전직 기자 김웅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11일 인근 파출소에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고, 13일 정식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손 사장은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김씨를 협박·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손 사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