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월에는 선고를 하지 않고 4월 중순에 선고 일정을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헌재는 통상 매월 마지막 주 선고를 진행하는데 오는 3월말과 4월말 선고를 합쳐서 4월 중순에 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4월 18일 임기를 마치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퇴임 전 헌재가 주요 사건 중 하나인 ‘낙태죄 위헌 여부’의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 관계자는 15일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의 임기가 4월 18일까지란 점을 고려해 3월말 선고와 4월말 선고를 한 번에 합쳐서 4월 11일에 선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재판관이 퇴임했을 때 그 자리가 바로 충원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4월말 선고를 당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두 재판관의 퇴임 시기를 고려해 정기적인 선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두고 형법상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용호 재판관이 이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란 점이 4월 중 선고 예상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선고를 하고 사건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낙태죄 위헌 여부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은데다가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관들이 법조 경력 30년 안팎의 ‘전문가’인 만큼 이미 검토는 어느 정도 하고 판단의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재판관들이 어느 시점에 결심을 굳히는가가 관건인 셈이다. 다만 재판관들이 결론 도출을 위한 평의 단계까지 나아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의는 사건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 쟁점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표결하는 절차다.
헌재가 심리 중인 사건은 낙태시술 혐의(업무상승낙낙태)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1심 재판을 받던 2017년 2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낙태죄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법소원을 낸 사안이다. 형법 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헌재는 지난해 5월 이 사건의 공개변론을 한 차례 진행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헌재의 합헌과 위헌 의견은 각각 4명으로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미달했다. 당시 헌재는 “사익(私益)인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公益)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