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씰리침대서 잠 자면 엑스레이 13번 촬영한 격” 라돈 공포 ‘여전’

입력 2019-02-15 11:06
씰리침대 홈페이지

라돈이 검출된 씰리침대에서 잠을 잤다면, 연간 엑스레이 촬영을 13회 한 것과 같은 양의 피폭을 받는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14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김포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박경북 교수는 “이번에 씰리침대를 검사해보니 (방사선 노출량이) 4.436mSv가 나왔다고 한다”며 “우리가 흉부 엑스레이를 한 번 촬영할 때 0.2에서 0.4mSv를 피폭 받게 돼 있는데 최대 0.4mSv를 대입한다고 해도 침대에서 잠자면서 흉부 엑스레이를 13번 정도 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진침대 파동 당시 씰리침대가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침대 중에 씰리침대가 미국 브랜드이기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걸 몰랐고, 그래서 조사에 구멍이 났다”며 “3년에 걸쳐 국내에 위탁 생산해서 판매한 제품인데 6개 모델에서 모나자이트 같은 핵종 물질을 메모리폼으로 만들어 사용한 걸로 밝혀졌다”고 했다.

작년 전수조사 당시 씰리침대는 미국에서만 제조되는 줄 알고 전수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씰리침대 제품 중 OEM 방식으로 한국에서 제조된 제품들도 있었고, 이번 조사 결과 한국에서 제조된 침대에서만 라돈이 검출됐다. 박 교수는 “사실상 씰리침대지만 국내 생산을 했고, 또 가격은 해외 수입제품과 똑같이 비싸게 팔렸다”며 “국내 소비자가 또 음이온이라는 비과학에 기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관용은 “지난해 대진침대 파문이 일고 나서 ‘모나자이트를 사용하는 모든 물건을 다 조사해보자’ ‘못쓰게 하자’고 했는데 어떻게 침대에서 라돈이 나오냐”면서 “‘못쓰게 하자’고 했는데도 씰리침대 국내 생산업체는 계속 썼다는 거냐”고 물었다. 박 교수는 “아직 수백 가지 음이온 제품들이 효도 선물 등으로 포장돼 소개되고 있다”며 “음이온이 유사과학인데 21세기 한국이 여기에 휘둘리고 있다. 속옷, 보정속옷 등에서도 장비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라돈이 많이 방출되고 있는데 지금도 수백 가지가 음이온 제품들에 핵종 물질을 넣어서 판매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에 대해 “규제는 만들어졌지만, 올해 7월부터 시작이니 아직 시작도 안 한 셈”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라돈 생활용품 사태는 아마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 거지만 우리 사회가 음이온 현상에 빠져 있는 한 저는 제2의 제3의 라돈 사태는 계속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음이온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며 “미국에서는 음이온이 나온다는 제품에서는 ‘즉시 폐기하라’고 권고를 하고 있다. 유사과학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씰리침대(씰리코리아)의 6종 모델 357개 제품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안전 기준을 초과했다며 ▲벨로체 ▲시그너스 ▲페가수스 ▲바이올렛 ▲호스피탈리티 ▲유로탑의 회수 명령을 내렸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방사선 안전기준은 연간 1mSv다. 씰리코리아가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판매한 6종 침대의 방사선량은 최대 4.436mSv로 연간 안전기준의 4배에 달한다.

씰리침대 홈페이지

씰리침대 측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OEM 업체에서 과거 납품받는 메모리폼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며 “해당 메모리폼이 사용된 제품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11월 국내 제조사를 통해 OEM 방식으로 생산돼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씰리침대 측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라돈 안전 기준을 충족한 제품까지 리콜 대상에 포함, 총 497개 제품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