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논란에 ‘침묵’ 중인 청와대, 바꾸기도 어렵고 PK 반발도 걱정되고

입력 2019-02-15 10:49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 사상구 철강선 제조업체인 대호피앤씨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 미래, 부산 대개조 비전선포식에 참석하여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총리실 검증 논의” 발언 이후 사업 재추진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국책사업과 관련 결정을 단번에 뒤집기 쉽지 않은 현실과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부산민심 다잡기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 지역 경제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신공항은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정리되기 전에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지역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는 부산시는 ‘국토교통부 대신 총리실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며 신공항 건설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디딤돌이 놓여졌다”고 말했다. 신공항 재추진이 확정됐다는 의미다. 반면 대구시와 경상북도 측은 “대통령 발언을 부산이 그렇게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기존대로 김해공항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모호한 언급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아 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청와대는 부산시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나서 “김해 신공항을 확장한다는 기존 계획 변경은 없다”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덧붙일 입장이 없다”며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청와대는 PK 반발을 우려해 가덕도 신공항을 공식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등 PK 지자체장들이 약속한 가덕도 신공항을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면 지역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초 청와대는 13일 행사에서 신공항 문제를 다루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오거돈 시장이 사전에 문 대통령에게 거듭 질문해 답변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선 ‘김해공항 확장안을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크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신공항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정부는 가덕도 공항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신공항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총리실 차원의 검증을 해야 한다는 취지 그대로다. 계획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