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를 내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정상회담에 앞서 열릴 실무협상에서 최대한의 진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유럽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좋은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면서 “나는 우리가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결단은 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말했으니 이제는 그걸 지킬 때가 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치밀한 검증도 함께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비핵화를) 얘기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을) 신뢰하되, 검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그것(비핵화)을 할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네바 합의 등 과거 행정부의 협상 사례를 거론하며 “그들이 한 건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무턱대고 물건부터 산 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제재 완화를 강력히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해줄 수 없다는 뜻을 반복해 표명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도 큰 틀에서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따르고 있다. 다만 제재 완화 쪽에 비교적 긍정적인 뉘앙스를 부여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더욱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리도록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다음 주 중 아시아 모처에서 다시 만나 실무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조율을 하기 위해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야체크 차푸토비치 폴란드 외교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향후 몇 주 동안 최대한 많은 진전을 보려고 한다”면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평화 및 안보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