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버닝썬은 물론 유착 의혹이 불거진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의혹이 불거진 뒤 CCTV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했지만 강제 수사에 돌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버닝썬과 경찰관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강한 수사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뒤늦은 압수수색을 놓고 ‘보여주기식’이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착 부분을 고려했기에 관할 지구대인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이버수사대와 합동으로 14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버닝썬과 역삼지구대에 수사관 35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역삼지구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4시간 만인 7시30분에 마쳤으며 이를 통해 CCTV원본과 경찰관들이 쓰는 보디캠을 확보했다.
역삼지구대 압수수색에 대해 경찰은 “CCTV의 원본 하드디스크와 보디캠을 확보했으며 각종 경찰관 유착 관련 의혹이 있는 프로그램 등을 압수수색했다”며 “CCTV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고 작동하는 부분과 안 하는 부분도 확인했으며 계좌는 앞서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라는 의혹에 대해 “필요한 자료가 있고 압수가 아니면 확보할 수 없는 자료가 있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경찰의 유착 부분을 고려해 관할 지구대인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썬의 압수수색은 6시간 만인 오후 9시20분쯤 끝났다. 경찰은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모(28)씨가 버닝썬이 제출한 영상이 원본이 아닌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만큼 경찰은 이날 클럽 내 CCTV원본 영상과 거래 장부 등을 확보하고 성관계 동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 VIP룸 등을 조사했다. 뿐만 아니라 클럽이 위치한 르메르디앙 호텔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경찰이 강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으로 버닝썬의 마약 투약 및 유통과 경찰관 유혹 등에 대한 수사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혹이 불거진 후 경찰은 버닝썬 측으로부터 CCTV영상을 제출받은 바 있지만 지구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처음이다.
경찰은 또 이와 별도로 경찰관들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증거인멸 혐의로 고소한 김씨를 이날 오전 10시 고소인 신분으로 불로 조사한 뒤 오후 2시10분쯤 귀가시켰다. 경찰은 앞서 13일엔 클럽 영업사장인 한모씨와 이문호 대표를 각각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은 김씨가 지난해 11월24일 이 클럽에서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출동한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자신을 과잉 진압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씨는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 클럽 이사인 장모씨에게 폭행을 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버닝썬과 경찰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영상과 블랙박스 등의 증거를 인멸했다며 고소했다. 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현장에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려 부득이하게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으며 폭행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버닝썬 내에서 마약의 일종인 ‘물뽕’(GHB)을 이용한 성폭행이 이뤄졌으며 마약 유통도 이뤄줬다는 의혹 등이 잇달아 불거졌다. 클럽 내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돼 파장이 일었다.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서울경찰청은 전담팀을 꾸려 지난달 30일부터 클럽 내 성폭행, 물뽕 흡입, 경찰관 유착 의혹 등에 대해 내사했다. 또 이 클럽 VIP룸 화장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영상의 촬영지와 유포 경위 등도 확인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