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부인 민주원이 “미투 아닌 불륜” 주장한 ‘상화원 침실사건’은

입력 2019-02-14 16:35 수정 2019-04-01 17:17


비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인 민주원씨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미투가 아니라 불륜”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민씨는 특히 안 전 지사의 1심과 2심 판결이 크게 엇갈렸던 ‘상화원 침실사건’을 예로 들며 김지은씨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과 관련한 대응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상화원 침실사건’은 2017년 8월 18~19일 충남 보령에 있는 상화원 리조트에서 열린 주한중국대사 초청 행사가 끝난 후 벌어졌다. 당시 안 전 지사와 민씨는 2층 구조의 상화원 별채에 묵었는데 2층 침실은 안 전 지사와 민씨가, 1층은 김씨가 사용했다. 이 곳은 1층과 2층이 나무 계단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민씨는 “다른 일행들은 각자 숙소에 머물렀기 때문에 별채 출입문은 저희 세 사람이 들어온 뒤 잠궜다”고 썼다.

쟁점은 19일로 넘어가는 새벽 무렵 안 전 지사 부부가 있던 2층 침실에 김씨가 몰래 들어왔는지였다. 안 전 지사 측은 재판에서 김씨가 새벽에 부부 침실 안에 몰래 들어왔다가 들키자 급히 빠져나갔으며, 이런 점을 볼 때 김씨의 행동이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씨도 “계단을 다 올라온 김씨가 계단에서 방문까지 최대한 소리를 죽여 발끝으로 걸어오는 게 느껴졌다”며 “문 손잡이를 아주 조심히 돌려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앞 발치까지 걸어왔다”고 적었다.

민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화원 2층 침실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2층 침실의 침대까지 오기 위해서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로비를 지나야 한다. 침대 주변은 세 방향이 막혀있고, 이 가운데 로비와 연결된 부분은 장식장으로 가려져있다. 민씨는 이를 근거로 침실 문 밖에서 눈이 마주쳤다고 진술한 김씨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에서 침실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으며, 안 전 지사가 중국 측 여성 인사를 만나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해 문 앞에서 쪼그리고 있다가 잠이 들었으며, 인기척이 나자 놀라 1층으로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중국 측 인사와의 문제가 생길 경우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것을 자신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도 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세부적 내용에서 모순되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진술 중에 실루엣의 구체적 모습과 침실에 불이 켜져 있었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1심 재판부는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안 전 지사 부부의 2층 침실 방문 상단부가 반투명 상태여서 김씨가 방문 밖에서도 안쪽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방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한 김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또 “김씨가 안 전 지사 부부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해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