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3일(현지시간) 북한을 비롯해 이란,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돈세탁 및 테러 자금지원국으로 잠정 지정해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돈세탁과 테러 자금지원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바하마 보츠와나 에티오피아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23개국(자치령 포함)을 명단에 포함했다.
EU 집행위는 “이번 돈세탁 및 테러 자금지원국 명단 발표는 돈세탁과 테러 자금 지원 위험으로부터 EU의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돈세탁방지 규칙을 준수하는 은행에 돈세탁 및 테러 자금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의 고객이나 기관과 거래할 때 돈세탁과 테러 자금 지원과 관련이 없는지 특별점검을 할 것을 요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개월 이내에 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에 통보해 이를 확정한 뒤 관보에 이를 게재해 발표할 예정이며 관보에 실린 뒤 20일 후 발효하게 된다.
하지만 EU의 이러한 조치에 미국이 발끈했다. EU가 발표한 명단은 미국령 사모아, 푸에르토리코, 괌, 버진아일랜드도 포함됐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명단의 본질과 작성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EU는 미국이 이란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에 맞서 EU는 미국의 이란 고립을 막고 핵협정을 지키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을 창설했다. EU가 미국령 4곳을 돈세탁·테러 자금 조달국에 포함한 것은 미국과 EU가 벌여온 이 같은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