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투의 정치학’이 12일 출간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 미투를 외친 김지은씨가 이 책에 “미투는 마지막 외침이었다”라는 취지의 추천사를 썼다.
김씨는 12일 출간된 신간 ‘미투의 정치학’에서 추천사 형식의 글을 통해 “이 싸움의 끝에는 정의가 있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인도 조직도 모두 이기적일 뿐, 정의로움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다. 조직을 앞세워 개인을 희생하거나, 오로지 개인만 남게 될 뿐이었다. 내가 원한 건 이타적인 예민함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대선캠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폭력을 당하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됐다”고 적었다.
책 머리말에도 김씨의 원고 일부가 인용됐다. 김씨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 내 눈 앞에,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 폐쇄된 조직 안에서 느꼈던 무기력과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 했던 한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이 책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문제를 연구해온 모임 ‘도란스’의 권김현영, 루인, 정희진, 한채윤이 집필했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권김현영=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재판 과정에서 여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정희진= 여성에 대한 폭력과 미투 운동>에서는 미투 운동을 중심에 두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젠더 개념을 설명했다. ▲<한채윤=춘향에겐 성적 자기결정권이 필요했다>에서는 고전 소설 춘향'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를 다뤘다. ▲<루인=젠더 개념과 젠더 폭력>에서는 페미니즘과 퀴어를 나눠 진영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 모임 ‘도란스’가 펴낸 네 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은 미투 운동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미투 이후를 모색했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보면서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정희진 여성학자는 “미투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며 “미투는 한국의 남성 문화가 내부에서 다른 남성들조차 버틸 수 없을 만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투 운동의 핵심은 위력이며 그 위력의 작동 방식과 맥락은 젠더 의식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희정 사건은 근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성차별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