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8시42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생산팀 소속 김모(32)씨 등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추가적인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화재 직후 인력 156명, 장비 54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불은 인근 산까지 번졌지만 오전 9시25분쯤 모두 꺼졌다.
사고 발생지점은 한화 대전공장 70동 건물로 다연장 로켓 무기인 ‘천무’를 개발하는 곳이다.
지난해 폭발사고가 발생한 곳과는 다른 건물이며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져 있다. 폭발의 영향으로 건물 지붕이 날아갔지만 격벽이 두꺼워 해당 공간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측은 추진제(연료) 내 부품인 ‘코어’를 빼내는 공정의 준비작업을 실시하다가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어를 빼내는 장비와 코어를 연결하기에 앞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해 화재로 번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추진체 4개 중 오른쪽 뒷편에 장착된 것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점화원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추진체 내 장약, 충전재, 폭발 감도 등을 확보해 이를 정밀 감식한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추진제 안에 들어가는 코어를 빼내는 공정인데, 마치 연필의 연필심을 빼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이 코어를 빼는 장비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해당 제품은 우리 공장에서 상당히 안정화된 제품으로 이런 사고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5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곳이다.
지난해 폭발사고는 공장 내 충전공실에서 미사일 로켓추진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발생했다.
한화는 지난해 사고 이후 안전계획을 수립, 안전 관련 예산 총액을 늘리고 환경안전전담인력을 증원하는 등 후속조치를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또 전 공정을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안전 관련 외부 컨설팅도 받았다는 설명이다.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는 “지난해 사고 이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또 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과 유가족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지난해 사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며 한화측의 안전대책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한 유가족은 “(숨진)남편이 지난해 폭발 사고 이후에도 똑같은 조건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사고 이후 추가된 안전장비라고는 방염복이 고작이었다고 들었다”며 “위험한 작업이다 보니 직급이 높은 사람들조차 일을 잘 모르고 신입직원들도 많다고 한다. 위험한 현장임에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편이 기계를 잘 아는 사람인데 기계를 잘 알아도 폭발을 막지 못했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니 어떤 숙련된 인력이 그 팀에 가겠는가”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