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닷 부모, 이미 일부 피해자와 합의 “고령·피해 적은 사람만 골라서…”

입력 2019-02-14 03:30 수정 2019-02-14 03:30
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20억대 채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 이민’한 의혹을 받는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의 부모 신모씨 부부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피해자들과 합의한 서류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13일 신씨 부부의 법률대리인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 본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귀국 날짜와 수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 부부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피해자들과 접촉 중이라고 한다. 이들의 합의 시도는 앞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SBS는 지난달 11일 마이크로닷과 가까운 친척이 일부 피해자에게 연락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친척은 “신씨 부부는 합의 의사가 있고, 마이크로닷이 향후 한국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며 20년 전 채무에 대해 원금만 변제하겠다는 뜻을 피해자들에게 밝혔다.

뉴스1도 지난달 15일 신씨 부부로부터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A씨를 인용해 이들의 합의 시도를 전했다. 당시 A씨는 “마이크로닷의 친척이 (피해자 중) 나이 많고, 피해 액수가 적은 사람과 원금 일부에 대해서만 변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가 큰 사람과는 접촉도 안 한다. 나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한 사람은 (이미) 합의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씨 부부의 합의 시도는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거주 중인 이들이 최근 국내 전화번호를 도용해 피해자와 직접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중부매일에 따르면 신씨는 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들을 위해 합의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걸려온 전화의 지역번호는 031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국제전화를 피하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 부부는 채무 불이행 논란이 불거진 후 “조만간 귀국해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닷 모친은 한 매체에 “한국에 들어와 정확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고 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닷 역시 “아들로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11월 처음 의혹이 나온 뒤 현재까지도 귀국하지 않았다.

신씨 부부는 20년 전 충북 제천의 한 마을에서 목장을 운영하다가 마을 주민·지인 등에게 진 20억원대 채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신씨를 믿고 연대보증을 서줬던 여러 피해자는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신씨 부부가 애초에 도피 이민을 할 작정으로 연대보증을 부탁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신씨 부부의 신병 확보를 위해 강제 수사 절차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