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2명 때문에 22년 고생” ‘이태원 살인’ 유족 2심 손배 승소

입력 2019-02-14 05:00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만에 2015년 9월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돼 취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유상재)는 13일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 어머니 이복수씨 등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는 총 3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조씨 부모는 각각 1억5000만원을, 누나 3명은 각각 2000만원을 지급받는다.

앞서 조씨의 가족들은 2017년 3월 ”수사 지연으로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약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정부에 제기했다. 유족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국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이 2심까지 오게 됐다.

이씨는 선고 직후 “오는 4월3일이면 (사건이 발생한 지) 만 22년이 되는데 이 고통을 검사 2명 때문에 당하고 살았다”며 “이제 그 배상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나왔지만 22년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렇게 승소하게 돼서 많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이던 조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에게 살인 혐의를, 함께 있던 아더 존 패터슨에게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이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리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패터슨은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된 패터슨은 “범인은 리”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김나연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