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이사·MD 단톡에 ‘홈런’ 인증샷…미성년자 출입 사건도”

입력 2019-02-13 21:30
버닝썬 페이스북

손님과 대표이사의 폭행 사건으로 시작돼 마약투여·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클럽 버닝썬 관련 폭로가 연일 나오고 있다. 디스패치는 버닝썬 사장과 이사들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음란 대화가 오갔다고 13일 보도했다. 클럽 관계자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했다고도 한다.

디스패치는 버닝썬 이사, 사장, MD(손님 유치 담당) 등으로 구성된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재구성해 공개했다. 한 이사가 클럽 룸에서 성행위를 하는 남녀가 있다고 하자 MD 중 한 명이 “영상 찍고 돈 벌 기회”라고 답했다. 룸 안에서 벌어진 성관계를 불법 촬영한 증거 사진도 나왔다. 버닝썬 직원이 여성 손님과 호텔로 가는 모습을 찍어 ‘홈런 인증샷’이라며 공유하기도 했다. 홈런은 성관계를 뜻하는 은어다.

다만 디스패치는 사진 속 성관계가 강제적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버닝썬 관계자들이) 만취한 여성을 VIP룸으로 이끌었고 그 안에서 일어난 일을 몰래 찍었다”며 “이는 잠재적 성범죄”라고 했다.

최근 클럽 내 폭행사건이 발생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서울 강남구 클럽 '버닝썬'의 입구 문이 1일 오후 굳게 잠겨 있다. 뉴시스

경찰과의 유착 의혹도 조명됐다. 버닝썬 전직 직원 3명은 지난해 7월 7일 미성년자 손님 A씨가 클럽에 출입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재력가의 아들인 A씨는 사건 당일 클럽 VIP룸을 예약했다. 미성년자의 클럽 출입은 불법이지만 임원 중 한 명이 보안요원에게 요청해 통과됐다고 한다.

A씨는 이날 술값으로 1000만원 이상을 결제했다. 카드 사용 문자메시지를 받은 A씨의 어머니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폭로에 나선 3명 중 한 명은 “미성년자 출입은 영업정지와 관련 있다”며 “이 사건을 막기 위해 (버닝썬 임원들이) 여러 경로로 경찰 라인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측은 이 사건이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 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13일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모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 경찰관 유착 의혹에 역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클럽 내 마약 투여 의혹 등과 관련된 조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클럽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고, 개업일 이후 112 신고 전량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클럽 임직원과 경찰관 간의 통화내역, 금융거래내역 등도 살펴보고 있다.

버닝썬 측은 이같은 의혹이 전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폭행 사건을 제외한 모든 의혹은 전부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아무 근거 없는 소문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에는 “안전지대 버닝썬. 루머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했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 인스타그램

이번 버닝썬 논란은 지난해 11월 발생했던 클럽 이사 장모씨과 손님 김모씨의 폭행 사건 때문에 점화됐다. 김씨는 경찰이 집단폭행 피해자인 자신을 가해자로 몰았다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장씨와 보안요원에게 당한 피해를 출동한 경찰에게 호소했지만, 경찰이 자신만 지구대로 연행했고 때리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김씨가 난동을 부린 탓에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것”이라며 “보안요원을 때렸다는 진술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김씨와 장씨를 모두 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 주장만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다. 다수 관계자의 진술, CCTV 등 증거를 토대로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