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 19세 국대에 “실망스럽다”…日장관 황당 발언 사과

입력 2019-02-13 17:14 수정 2019-02-13 17:15
이키에 리카코. 뉴시스

사쿠라다 요시타카 일본 올림픽 담당장관이 백혈병을 앓는 수영 국가대표 이키에 리카코(19)에게 “실망스럽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이케에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18세의 어린 나이로 6관왕을 달성한 일본 수영의 유망주다. 일본이 유치해 2020년 여름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의 금빛 레이스는 뜻밖의 진단으로 가로막힐 위기에 놓였다.

이케에는 지난 12일 SNS에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한 발언이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케에의 백혈병 투병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SNS에서 응원과 격려도 이어졌다.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 달랐다.

사쿠라다 요시타카 일본 올림픽 담당장관. YTN 방송화면 촬영

올림픽 개막까지 일본 체육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쿠라다 장관이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사쿠라다 장관은 같은 날 이케에의 발언을 전해 듣고 “금메달 후보로 기대하고 있던 선수였다. 실망스럽다”며 “주도하는 한 사람이 있으면 모두에게 영향을 끼쳐 전체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이 열기가 약해질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의 취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어린 유망주의 중병보다 대표팀 선수단이나 자국의 올림픽 열기를 걱정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쿠라다 장관은 곧 비판 여론과 마주했다.

사쿠라다 장관은 하루 만에 발언을 뒤집었다. 그는 13일 오후 “배려가 부족한 말이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거세진 비판 여론을 만회하지 못했다. 일본 의회에서 사쿠라다 장관의 파면 요구도 나왔다.

아베 신조 총리는 사쿠라다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다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사쿠라다 장관에게 당부했다. 파면 요구를 수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신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