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경찰관 짜고 ‘부동산 차액’ 횡령… 경찰, 제식구 봐주기 의혹

입력 2019-02-13 16:11

재개발구역의 부동산 매매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서로 다른 대금을 고지한 뒤 차액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다. 공인중개사와 현직 경찰관이 짜고 수억원을 빼돌렸고, 케이블TV에 부동산전문가로 출연한 이는 매수인을 소개하고 건당 500만원씩 챙겼다. 이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이 해명을 요구한 조합장에게 칼을 들고 위협했지만, 경찰은 ‘요리를 좋아해 (흉기를) 들고 있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듣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다.

서울북부지검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명수)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내 부동산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최모(55·여)씨를 횡령 및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로 지난 7일 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범행에 가담한 것뿐만 아니라 해명을 요구한 조합장을 흉기로 협박한 나모(49) 경찰관을 횡령과 공인중개사법위반 및 특수협박 혐의, 이들에게 매수인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은 케이블 TV 출연 부동산전문가 윤모(57)씨를 횡령 및 공인중개사법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나 경찰관은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서로 다른 매매대금을 알린 뒤 차액을 챙기는 등의 수법으로 건당 3000만~5000만원씩 최소 5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윤씨가 9명을 소개해줘 총 4500만원을 받았고, 나머지를 최씨와 나 경찰관이 나눠가졌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2013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이뤄진 20건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특정해, 총 26명의 매도인과 매수인을 직접 조사하고 계좌추적했다. 이중 14건의 부동산 매매 중개와 관련해 최씨가 ①매도인에게 고지한 매매대금, ②매수인에게 고지한 매매대금, ③매수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한 매매대금 등 총 3개의 매매대금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이 건당 ①과 ②의 차액인 3000만~5000만원을 가로채 총액 5억2000만원 정도를 가로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예컨대 이들은 매도인에게는 “매매대금이 1억2000만원”이라고 말하고,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이 1억7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또 매수인에게는 “매매대금을 3억원으로 부풀린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1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구입하면 된다”고도 했다. 그렇게 매수인이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 1억8000만원 중 매도인에게는 1억2000만원을, 매수인에게 1000만 원을 각각 지급한 뒤 차액 5000만원은 중간에서 가로채는 식이었다. 혹은 매도인에게 돈이 잘못 송금됐다며 이를 재송금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최씨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서로 연락하지 못하게 하려고 계약서에 연락처를 쓰지 않거나, 본인 혹은 나 경찰관의 연락처를 적었다. 나 경찰관은 자신의 연락처를 보고 연락이 온 매수인에게 매도인인 것처럼 행세했다. 최씨와 나 경찰관은 서로 공모한 것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매매계약서 매도인란 인적사항에 나 경찰관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고, 매매대금을 나 경찰관의 예금계좌로 받은 것을 근거로 공모관계로 본다.

이 과정에서 나 경찰관은 지난해 8월14일 해명을 요구하는 조합장에게 흉기를 들고 가 협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나 경찰관은 조합장이 ‘왜 차액을 남기느냐’며 내용증명을 요구하자 “조합장 나와라”라며 소리쳤다. 당시 경찰은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위였던 나 경찰관의 협박 사건을 서울 중랑경찰서로 이첩했다. 하지만 경찰은 나 경찰관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CCTV, 칼을 들고 사무실 안에 들어갔을 때 인식을 한 사람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경찰은 두루뭉술하게 ‘요리를 좋아해 (흉기를) 들고 있었다’ 등의 말만 들듣고 무혐의 처리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