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채무 불이행으로 ‘빚투’ 논란에 불을 지핀 가수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 신모씨 부부가 피해자들과 직접 통화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외 체류 중인 이들은 합의를 원치 않는 피해자들이 국제전화를 받지 않자 국내 전화번호를 도용해 전화를 걸어왔다.
13일 중부매일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9일 신씨 부부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번호 앞자리는 부산 지역 번호인 051이었다.
이틀 후인 11일, 또 다른 피해자 B씨에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지역 번호인 031로 걸려온 전화를 받자 신씨 아내인 김모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외에서 잠적 중인 부부는 앞서 국제전화를 이용해 피해자들과의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맨 앞에 뜨는 국제전화번호 006을 보고 신씨 부부의 정체를 알아차린 피해자들은 합의를 거절했다. 피해자들이 계속 연락을 피하자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도용한 전화번호를 통해 가진 피해자들과의 통화에서 “아이들은 죄가 없지 않느냐”며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발신 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번호만 바꿔 발신할 경우 법적인 처벌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부가 도용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중부매일은 부부가 B씨에게 걸었던 031번호의 주인은 경기도의 한 기업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신씨 부부가 왜 이 번호를 사용했는지, 그들과 아는 사이인지를 묻는 전화 때문에 곤혹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중부매일에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전화선을 뽑아놨을 정도”라면서 “관련 기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우리는 그들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신씨 부부는 최근 경찰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고 귀국 의사를 밝혔다. 이들 측 변호사는 지난달 충북 제천경찰서를 방문해 피해자들의 명단과 피해 금액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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