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젖꼭지 모양의 세포를 대량으로 늘려 탈모를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한 세포치료제가 개발되고 이르면 2020년 실제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수많은 탈모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약학과 성종혁 교수팀은 저산소 환경에서 배양해 ‘모유두세포’의 증식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중증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모발이식술이 시도되지만, 고가의 비용과 시술 후 부작용의 한계가 지적된다.
그 대안으로써 모발을 생성하는 세포인 ‘모유두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세포 배양이 쉽지 않고, 많이 배양하면 모발 재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피부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제 개발은 ‘체세포치료제(피부 세포 이용)’와 줄기세포치료제 형태로 개발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 모유두세포는 탈모 치료제로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탈모의 세포치료를 위해 가장 적합한 세포 원료는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다. 진피 세포층에서 나온 모유두는 태어날 때부터 숫자가 결정돼 있으며 ‘젖꼭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유두세포는 모발 발생 및 성장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세포다.
두피로부터 이 ‘모유두세포’를 채집해서 배양 후 이식했을 때 모발이 새로 자라났다. 하지만 이 세포를 탈모치료의 원료로 사용하기에는 몇 가지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크게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 세포를 두피로부터 분리해내기 어렵다는 점, 둘째는 배양 조건도 까다롭고 세포의 수를 늘리기 위해 증식시키는 것도 어렵다는 점, 그리고 셋째로는 이 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6~7번 계대배양(세포 증식을 위해 새로운 배양접시에 옮겨 세포의 대를 계속 이어서 배양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발 발생 및 성장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모유두세포가 탈모의 세포치료를 위해 가장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의 산소 조건을 이용해 모유두세포를 배양하는 동물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모유두세포를 약 2%의 저산소 조건(hypoxia)에서 배양했을 때 증식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걸 확인했다. 또 계대배양을 8~9번 한 후에도 새로운 모낭(머리카락 만드는 주머니)을 형성하고 모발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저산소 조건에서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생쥐에 이식했을 때 생존력이 증가하고 모낭의 외측 모근초 세포(ORS)의 증식을 높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산소 농도가 2% 가량인 저산소 조건에서 모유두세포를 배양해 세포 노화를 예방하고 세포증식을 2배 정도 향상시켰다”면서 “특히 이렇게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피부에 이식했을 때, 모유두세포의 생존력이 높아지고 모낭 가장자리(외측 모근초) 세포도 증가하는 등 발모 촉진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저산소 조건에서 활성산소가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한 것”이라고 원리를 설명했다. 활성산소로 인해 모유두세포의 증식과 성장 인자의 발현이 향상되고 모발의 성장기가 유도된 것이다.
성종혁 교수는 “충분한 모유두세포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돌파한 연구로서, 약물치료 및 모발이식을 대체할 탈모 세포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며 “2020년도에 실제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피부학회지(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에 최신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