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동료에게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강제기부’…고달픈 日 직장 여성들

입력 2019-02-13 05:00 수정 2019-02-14 09:42
뉴시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발렌타인(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일본 여성들이 반강제적인 초콜릿 기부 관행에 반기를 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일본 여성들이 발렌타인데이에 회사 남성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돌리는 관행인 ‘기리 초코’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리’는 ‘의무’라는 뜻으로 해마다 일본 여성 직장인들이 기리 초코에 들이는 비용은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에 달한다. 발렌타인데이 시즌이 되면 백화점에 기리 초코 특별 매장이 꾸려질 정도다.

초콜릿을 받은 남성들은 화이트데이에 보답하는 게 관행이긴 하다. 하지만 직장 내 남녀의 직급차이 등으로 인해 “기리 초코 관행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기리 초코가 권력 남용이나 괴롭힘으로 보일 수 있다”며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을 금지하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쿄 백화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발렌타인데이에 ‘남성 동료를 위해 초콜릿을 구매(기리 초코)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한 응답한 여성은 35.2%에 불과했지만, ‘자신을 위해 초콜릿을 사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고디바

기리 초코는 1950년대 일본 초콜릿 회사들이 초콜릿 판매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낸 관행이다. 기리 초코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지난해 고급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일본 니혼게이자 신문에 “발렌타인데이는 직장 관계를 위한 날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날”이라며 “이제 일본에서 기리 초코를 그만두자”는 내용의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