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3년 만에 ‘눈물의 명예 졸업식’

입력 2019-02-12 20:26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명예 졸업식에 참석한 재학생들의 교복에 노란 리본 배지가 달려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이 자녀의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 졸업식이 12일 오전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서 열렸다.

강당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붙여진 파란 의자가 반별로 세워져 있었고 그 자리를 희생 학생들의 부모가 채웠다.

아이들이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2014년 4월 16일 예상치 못한 참사로 희생된 지 5년 만이다. 참사가 없었더라면 3년 전 자녀가 받았을 졸업장이다.

자녀 대신 꽃다발과 졸업장을 받아 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명예 졸업식에 참석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이날 명예 졸업식이 시작되고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50명 희생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재학생 20여명이 ‘눈물기도’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면서 선배들을 기리고, 희생 학생들의 재학시절 후배였던 10회 졸업생 이희윤(2017년 졸업)씨가 졸업생 편지를 낭독했다.

이씨는 “보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축하한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미소 지으며 다가온 선배님들. 감사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묵혔던 감정을 이제 와 꺼낸다고 밉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개할 꽃만큼 행복해 달라”며 낭독 내내 울먹였다.

전명선 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회고사에서 “아들, 딸이 있어야 할 졸업식장에 엄마, 아빠가 공허한 마음으로 와 있다. 아들, 딸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명예 졸업식장 의자에 꽃다발과 학생증이 놓여 있다. 뉴시스.

안산 단원고는 애초 2016년 1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졸업에 맞춰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희생 학생들이 제적 처리되고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남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요청으로 졸업식을 늦췄다가 이번에 명예 졸업식을 열게 됐다.

졸업식장 희생 학생 좌석은 절반 정도만 채워졌다. 전체 250명 가운데 120명 정도만 참석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졸업식 직전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살아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위로나 위안이 안 된다. 많은 부모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명예 졸업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이 희생했고, 생존한 75명은 예정대로 2016년에 졸업했다.

희생 학생 시신은 대부분 수습했지만 2학년 6반 남현철군과 박영인군은 결국 찾지 못했다. 교사 양승진씨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