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야 흐려진 50대, ‘망막혈관폐쇄’ 의심하세요

입력 2019-02-13 05: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평소 노안 증세가 있던 김모(61)씨. 3~4개월 전부터 왼쪽 눈이 침침한 증상이 심해져 안과를 찾았다. 나이 탓이라 여기고 병원 방문을 미룬 김씨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망막정맥폐쇄’. 왼쪽 눈에 심한 망막출혈이 발생했고, 피가 고이면서 망막혈관이 두꺼워졌다고 했다.

김씨처럼 눈에 불편함을 느껴도 치료를 미루다가 망막혈관폐쇄 진단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망막혈관폐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안과 강승범 교수의 도움을 받아 망막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봤다.

망막은 안구의 안쪽을 덮고 있는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시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위다. 망막에 피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막히면 망막혈관폐쇄라는 질환이 발생한다. 혈관이 폐쇄된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망막동맥이 막히면 별다른 통증도 없이 급격한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증상 발생 후 수 시간 내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망막정맥이 막히는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한쪽 눈에만 발생하는데, 한쪽 시야가 흐릿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망막정맥폐쇄 환자의 안저사진. 위쪽에 심한 망막출혈이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안과 제공

망막혈관폐쇄환자 수는 몇 년 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로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2013년 4만8953명에서 2017년 6만440명으로 늘었다. 4년간 약 35%가 증가한 셈이다.

망막혈관폐쇄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병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전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빈번히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50대 이상에게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망막 검사를 통해 혈관폐쇄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망막혈관폐쇄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망막의 미세혈관이 터지면서 출혈과 망막 부종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망막이 손상된다. 특히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황반(시각세포가 밀집돼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맺히는 부분)에 부종이 생기면 시력이 심하게 저하될 수 있다. 망막 출혈이 일시적으로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수년 후 혈관 폐쇄 부위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면 유리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특히 망막혈관폐쇄의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신생혈관 녹내장이라는 합병증이 발생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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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혈관폐쇄는 초기에 발견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치료가 잘 되면 시력 상실을 일으키는 합병증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발생 초기에는 항체주사나 레이저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혈관 폐쇄를 유발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전신질환 치료 역시 같이 이뤄져야 한다. 혈관 폐쇄를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는 어려워지고 결과 또한 좋지 않다.

망막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에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금주, 금연,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시력을 지킨다. 또한 망막혈관폐쇄의 경우 자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강 교수는 “50대 이상이라면 1년에 1번 정도 안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평소 고혈압, 당뇨 등을 앓는 환자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