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I 필드차단?” 네티즌 ‘사찰’ 지적, 방심위에 물어보니…

입력 2019-02-13 05:00
기사 내용과 무관. 게이티미지뱅크

정부가 해외 불법·유해정보 사이트에 대해 보다 강화된 차단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인터넷 사찰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심위에서 차단 결정을 내린 해외 불법사이트 895곳에 인터넷 사용자가 접속하면 아예 블랙아웃 상태가 되도록 조처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기존의 ‘URL(Uniform Resource Locator)’ 또는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의 경우 보안 프로토콜(https)을 주소창에 써넣거나 우회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던 데 따른 결정이다.

정부는 ‘SNI 필드차단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https’ 사용자들이 인증과정에서 주고받는 ‘SNI(Server Name Indication)’라는 패킷(데이터 전송 단위)을 통해 불법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SNI는 암호화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가 이를 통해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불법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사이트 화면은 블랙아웃 상태로 표시된다.

네티즌은 인터넷 사업자가 암호화되지 않은 SNI를 열어볼 수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결국 사용자의 사생활 침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열·사찰 등에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네티즌들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12일 방심위에 직접 문의해봤다.

방심위 측 답변은 한마디로 ‘과도한 우려’라는 말로 요약된다. 방심위 관계자는 먼저 “이번 차단 방식은 불법 도박·촬영·음란·저작물 사이트에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일각의 검열·사찰 염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암호화되지 않은 영역(SNI필드)에서 불법이라고 심의·의결된 사이트의 서버만 감지해 차단한다는 뜻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ISP, 즉 KT나 LGU+ 등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다. 사이트가 차단된 뒤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남지 않는다.

관계자는 “해외 불법사이트의 경우 기술적으로 접속 차단에 어려움이 있어 피해 구제와 법 집행력 확보 등에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 피해자, 웹툰 창작자 등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사이트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외에도 여러 법률과 방심위 심의 규정에 따라 불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일부 네티즌은 불법 음란사이트 대신 극우 성향의 ‘일간베스트 저장소’, 극단적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워마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인의 자유 침해”라는 우려는 무시하고 음란사이트는 차단하면서 ‘세월호 폭식시위’ ‘성체 훼손’처럼 큰 갈등을 일으켰던 온라인 커뮤니티를 놔두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커뮤니티에서 특정 지역 비하, 성차별적 발언 등이 발견되지만 명백한 불법 정보는 아니다”며 “일부 게시물 때문에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폐쇄 조치는 최소 규제 원칙, 공공성과 같은 심의의 기본 원칙을 토대로 종합적인 검토 후 내려진다”면서 “해당 커뮤니티 게시물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리벤지 포르노·불법촬영 영상이 다수 게시된 ‘폰허브’처럼 불법 음란사이트를 대상으로 한다. 합법적인 성인물은 규제하지 않는다.

SNI 필드차단 방식도 무력화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의 차단이라도 우회접속 방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은 방통위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T는 11일부터 방심위에서 선정한 895개 불법사이트에 대해 차단을 실시했다. 이날 하루 동안 800개 불법사이트의 접속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LGU+·SK브로드밴드·삼성SDS·KINX·세종텔레콤·드림라인 등 6개 인터넷 사업자도 새로운 차단 방식을 곧 도입할 예정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 도박·촬영·음란·저작물 사이트 차단은 민생침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방심위는 법적으로 부여된 직무를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