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복용 MVP 이어 국대 코치까지’ 진갑용 유임의 잘못된 신호

입력 2019-02-12 17:26

KBO는 12일 야구 국가대표팀 코치진 인선을 발표했다.

투수코치로 정민철 MBC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배터리 코치로 진갑용 삼성 라이온즈 코치, 타격코치로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이 유임됐다. 또 수비코치로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 작전코치로 김종국 KIA 타이거즈 코치, 불펜 코치로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선임됐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는 진갑용(45) 코치다. 말 그대로 레전드급 포수다. 199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OB 베어스에 지명됐다. 1999년 삼성으로 옮긴 뒤 만개했다. 2002년과 2005년, 2006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우승 반지도 7개나 수집했다. 2015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1823게임에 출전해 1445안타, 154홈런, 타율 0.276을 기록했다. 753타점, 567득점을 올렸다.

국가대표로서의 경력도 화려하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숱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했다.

진갑용에겐 오점이 있다. 약물 복용 시인 전력이다. 2002년 8월 부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 진갑용은 같은 포지션인 고려대 후배 김상훈을 대표로 만들어주기 위해 소변 시료에 약물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뒤늦게 진갑용은 근육 강화제 복용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KBO는 당시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 수상 자격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MVP를 차지했다. MVP 후보 선정 기준에 약물 전력은 아예 없기에 가능했다. 여론은 MVP 수상에도 싸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엔 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코치를 국가대표팀 코치로 유임시켰다. KBO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을 보면 대표팀 코치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과거 약물 복용 전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선수 시절 약물을 복용해도 국가대표팀 코치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는 형국이다. KBO가 약물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비난 여론을 무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차제에 국가대표팀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선발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