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양면전술로 맞서고 있다. 인터넷 자유를 갈망하는 염원을 담은 슬로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를 외치며 차단을 무력화시키는 갖가지 방법을 공유하는 한편 정부가 대체 왜 감청 논란을 각오하면서까지 국민들을 계몽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전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날부터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해 특정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KT뿐만 아니라 SKT와 LGU+ 등 다른 통신사에도 이 차단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11일 하루 동안 약 800개의 웹사이트가 SNI 차단으로 접속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NI 차단 방식을 아주 간략히 설명하면 사용자가 ISP와 암호로 대화하기 위해 한 번은 연락해야 하는 정보인 SNI를 분석해 막는 방식이다. 맨 처음 전달되는 SNI는 평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검열이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그동안 정부의 각종 차단 방식을 무력화시켰던 갖가지 방법들이 통하지 않게 된다. 특히 기존 URL(Uniform Resource Locator) 차단방식이나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의 경우 보안 프로토콜(HTTPS)을 주소창에 써넣는 방식으로 손쉽게 무력화됐는데 이 방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HTTPS는 ISP에 대한 사용자의 요청을 암호화하기 때문에 ISP는 사용자의 요청에 대응할 수 없었다. 즉 우리 정부는 HTTPS를 구성하기 위한 상위 개념인 SNI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 곳곳에선 정부의 SNI 차단 방식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공산당입니까. 왜 개인 욕구마저 제한하나요?”
“불법사이트를 없애세요. 불법사이트는 못 없애고 가는 길만 막으면 그게 막힌답니까?”
“전 세계에서 HTTPS까지 완전히 막은 나란 한국밖에 없을 듯”
ㄴ“중국도 있어요.”
“불법사이트 차단하겠다고 온 국민 감청을 단행하다니.”
한 네티즌은 이번 정부의 SNI 차단을 해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A라는 사람이 B사이트에 갈 때 IP주소를 알고 있는 C통신사에게 물어보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C통신사 주소록에 B사이트 주소 대신 Warning 서버 주소를 써놓았던 것”이라면서 “이는 검열은 될 수 있으나 사찰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SNI 차단은 정부가 A라는 사람이 B사이트로 가기 위한 쪽지를 빼앗아 보고 강제로 접속을 끊는 것과 같은 것이니 해킹에 해당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이자 사회운동가였던 故 신해철씨가 2013년 트위터에 썼던 글도 화제가 됐다.
신씨는 “애초 게임셧다운제에서 못 막았으니 더 치고 들어올 밖에”라면서 “국민을 통치하고 교화할 백성으로 보는 문제보다는 그렇게라도 좋아지면 되는 게 아니냐는 노예근성들이 문제. 비대한 공권력이 오만을 두르고 다음번에 침입하는 건 너네 집 안방이다”라고 비판했다. 가만히 있는 국민들이 더 문제라고 꼬집은 것이다.
인터넷에는 SNI 차단 방식을 무력화하는 각종 방법이 오르내렸다.
네티즌들은 2014년 개봉작 ‘인터스텔라’의 부제목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짤방과 함께 SNI 차단을 피하는 브라우저를 소개하거나 각종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벌써 수십 건의 관련 청원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느냐는 것이다.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선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하는데 어떻게 인터넷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불법사이트와 합법사이트의 기준이 무엇인가. 누가 그 기준을 마련하는가. 불법사이트를 막아 성범죄가 줄었다는 근거라도 있는가, 검열의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되는가” 등을 되물어 호응을 얻었다.
우리 정부의 SNI차단 방식을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같다”면서 CNN 등 해외 언론에 제보하고 있다는 네티즌들도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헌법 제2장 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18조에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건가. 헌법에 보장된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다니”라고 비판했다.
어쨌든 정부의 SNI 차단 또한 완벽한 건 아니다. SNI마저 암호화되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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