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준 전 관장, “성희롱 민원 연이틀 접수된 이유는 추정하지 않겠지만…”

입력 2019-02-11 19:24 수정 2019-02-11 19:43
성희롱 논란으로 7개월 가까이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던 최효준(사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지난 8일 복직과 함께 임기가 끝난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최 전 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사건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최 전 관장은 2017년 2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재직했으나 지난해 7월 17일(이하 민원 1), 18일(민원 2) 두 건의 성희롱 신고가 연이어 제기되면서 바로 대기발령 상태에 들어갔다. 세 차례 위원회를 거친 끝에 지난 1월 14일 인사위원회에서 경징계(견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는 지난 8일에야 복직 처분이 나면서 2년 임기의 4분의 1 이상을 사실상 직무 정지 상태에서 보낸 셈이 됐다.

그는 “세간에 억측과 오해가 있었으나 그간 일절 언론 접촉을 피해 온 저로서는 늦게나마 사실 그대로 진상을 알리고자 이 설명자료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민원 1의 경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비엔날레 준비 과정에서 학예사에게 참고하라며 보낸 동영상이 문제가 됐다. 징계 요구 문건에는 “해당 동영상에는 주로 덩치가 큰 남성들이 이발하는 장면이 담겨있는데, 신고인은 흡사 여학교 앞의 OOOOO을 본 것처럼 혐오감이 밀려왔다고 이야기했다”고 적혔다. 민원 2의 경우 한 사립미술관 전시 개막식에서 학예사 신분인 신고인이 상사에게 보였던 행위를 지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최 전 관장은 “계약 연장 요청이 와서 근태 문제와 함께 당시의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면서 “그때 제가 쓰지도 않은 표현을 썼다고 진술하고 말을 다른 이에게 옮긴 것이 성희롱이라며 신고했다”고 적었다.

서울시 산하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두건을 모두 성희롱으로 판정했고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하지만 이후 감사실에서 진행된 심층 조사를 통해 민원 1의 동영상은 학예사뿐 아니라 가족과 작가 2명에게 동시에 보냈음을 소명했고, 민원 2는 공중 장소에서 행위의 부적절성을 기관장으로서 경고한 것이니 성희롱 건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도 함께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중국 작가의 영상 작품으로 이발소에서 도끼, 대패 등을 이용해 머리를 자르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다. 다만 동영상이 실행되기 전 정지화면에서 여성 미용사가 남성 손님의 무릎에 걸터앉아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1초 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긴 하지만 이 정지화면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전 관장은 “두 건의 민원이 연이어 접수된 이유는 굳이 추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의도가 있는 내부의 허위 제보와 담당관실의 규정에 어긋난 확인 과정을 통해 저는 순식간에 막말과 성희롱하고 갑질 하는 기관장으로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중징계인 정직도 그 기간이 1∼3개월간인데 저는 직무에 배제된 채 6개월 20일간 사실상 정직 상태에 있었고 (복직과 동시에) 미술관을 떠나게 됐다”며 “이번 건들이 사회에 만연하는 성폭력, 성추행 등과는 전혀 다른 내용임을 알려 서울시와 저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었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서울시는 14일 시한으로 후임 서울시립미술관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