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업자’ 손흥민, 이번엔 도르트문트… 챔스 16강의 ‘키플레이어’

입력 2019-02-13 20:00
손흥민이 11일(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터뜨린 후 포효하고 있다. AP뉴시스

골 감각의 끓는점은 이미 넘어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안컵 복귀 이후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모두 11골을 기록했다.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다음 상대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토트넘은 14일 새벽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도르트문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펼친다.

키플레이어는 단연 손흥민이다. 전력의 핵심인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정규리그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많다.

손흥민은 과거 함부르크SV와 바이어 레버쿠젠 소속이었다. 모두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이다. 손흥민은 당시 도르트문트와의 10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토트넘 소속으로는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상대 입장에선 경계대상 1호다.

손흥민이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 ‘양봉업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래서다. 꿀벌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는 도르트문트를 ‘조련’한다는 의미다. 영국 리드대의 스티브 웨스트랜드 교수는 “특정한 색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상대 유니폼 색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색채 과학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상대 유니폼 색과 경기력 사이의 상관관계가 우연이나 징크스에만 기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르트문트가 쉬운 상대는 아니다. 손흥민이 과거 상대했던 전력보다 훨씬 강해졌다. 분데스리가에서 단 1패만을 허용하며 숙적 바이에른 뮌헨에 승점 5점 차이로 앞선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막강한 공격력이 돋보인다. 21경기를 치르며 54골을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공수간의 밸런스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10일(한국시간) 호펜하임과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AP뉴시스

다만 도르트문트 공격수 마르코 로이스가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토트넘으로선 호재다. 지난 6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 16강전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 부상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0일 열렸던 호펜하임과의 직전 경기에서도 결장했다. 로이스의 부재 속에 도르트문트는 호펜하임과 3대 3 무승부를 거뒀다. 로이스는 최근 10경기에서 6득점 3도움, 경기당 1개에 가까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도르트문트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10일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3대 1로 승리한 직후 손흥민을 노골적으로 칭찬했다. “손흥민 덕분에 행복하다”면서 “자신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90분 이상에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보여줬다. 환상적인 노력과 훌륭한 마무리였다”며 웃음을 지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