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첼시를 스쳐간 사령탑의 수는 감독대행을 포함해 모두 11명. 평균적으로 한 명의 재임 기간이 1년도 되지 않는다. 그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들 대부분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경질을 당하거나 자진 사임을 종용받았다. 주제 무리뉴는 4년을 연장해 계약한 지 반년 만에 시즌 중 경질됐다. 전임 감독인 안토니오 콘테 역시 계약 기간보다 1년 앞서 팀을 떠났다.
불명예스럽게 팀을 떠났던 감독들의 공통점은 선수단 라커룸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들 모두 부임 기간 동안 선수들의 태업, 항명, 내분 등의 의혹이 일었다. 현 사령탑 마우리치오 사리 역시 마찬가지다. 경질의 주된 이유였던 성적 부진 뒷면엔 모두 선수단과의 충돌이 있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잇따르는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첼시는 1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 6으로 대패했다. 전반 25분 만에 4골을 내줬을 정도로 조직력이 붕괴된 졸전이었다. 0대 6은 사리의 감독 경력상 최악의 패배다. 이번 패배로 최근 선수들의 태업설과 리더십 결여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고 있는 사리 감독의 위기가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사리 감독이 첼시 지휘봉을 잡은 지 약 7개월 만이다.
떠나간 첼시 감독들을 살펴보면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당시 팀 내 고참이던 프랭크 램파드, 애슐리 콜 등과 기싸움을 벌였고, 무리뉴 감독은 디에고 코스타, 존 테리,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충돌했다. 불화와 태업에 관한 의혹들은 첼시에서 그들의 감독 수명을 단축시켰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평가되는 전임 감독 콘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인 에당 아자르와 코스타 등 개성 강한 선수단과 사이가 틀어졌다. 그 역시 태업 논란 속에 지난여름 팀에서 경질됐다.
이들만이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들도 다르지 않았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팀을 떠난 후 “죽이고 싶은 선수가 있었다”는 거친 말로 항명했던 고참 선수를 은근하게 폭로했다. 라파엘 베니테즈는 “팬들이 나를 쫓아냈다”며 흔들리는 구단 수뇌부 측을 지적한 바 있다.
사리 감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들쭉날쭉 성적과 함께 태업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0일, 아스널전에서 0대 2로 패한 직후 패인을 정신 자세로 꼽으며 선수단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첼시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어려운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일부 선수들이 태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여러모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즌 초 우승경쟁까지 하던 팀은 6위까지 순위가 처졌다. 이대로라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 핵심으로 활약하는 아자르는 오는 여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리 감독이 현재와 같은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