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60m를 몰아친 ‘폭풍 드리블 골러시’로 억울한 판정의 분을 삭였다.
손흥민은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1분에 쐐기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올 시즌 15호, 리그 11호 골. 그는 3경기 연속으로 골러시를 이어갔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떠올릴 만한 득점 과정을 재현했다. 수비진에서 넘긴 롱볼을 잡고 하프라인을 넘겨 질주해 골망을 흔들었다.
레스터시티는 정규시간을 넘어서자 공세의 수위를 높여 토트넘을 압박했다. 공은 토트넘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갔다. 그때 토트넘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는 손흥민 쪽으로 공을 걷어냈다. 진영을 토트넘 골문 앞까지 끌어올린 레스터시티 진영은 뻥 뚫렸다.
손흥민은 이 공을 하프라인 아크서클 뒤에서 받아 질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레스터시티 페널티박스 앞까지 약 60m를 달렸다.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뒤쫓는 레스터시티 수비수 2명은 손흥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손흥민은 당황한 레스터시티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을 의식하지 않고 골문 왼쪽 하단 구석을 향해 강한 왼발 슛을 때렸다. 공은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었고, 토트넘 안방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토트넘의 승점 60점 고지 정복이 사실상 확정된 순간이었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관중의 환호성 속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 모든 장면은 1골 차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6분 한국 진영 깊숙한 곳에서 넘어온 주세종(아산)의 패스를 받아 하프라인을 넘어 질주한 뒤 골을 넣은 손흥민의 지난 월드컵 독일전의 득점 순간을 다시 펼쳐 놓은 듯 했다.
손흥민은 이 골로 억울한 판정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전반 15분 페널티킥을 얻어야 할 상황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레스터시티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였다. 주심은 맥과이어가 아닌 손흥민을 향해 옐로카드를 꺼냈다. 속이는 동작으로 봤다.
손흥민은 불쾌한 기분으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10년을 넘게 뛴 손흥민은 판정 하나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베테랑이 돼 있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각이 울릴 때쯤 가장 근사한 골러시로 주심의 오판을 만회했다. 그야말로 ‘분노의 질주’였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다이빙(심판을 속여 넘어지는 동작)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도 났지만 그것(오심)도 축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20승 6패를 기록,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세 번째로 승점 60점 고지를 밟고 3위를 수성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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