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공해는 한국 사회의 얼굴…그걸 들려주고 싶었다”

입력 2019-02-10 16:18
“시각 공해보다 소음 공해가 실은 더 괴로운 거예요. 그러니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일어나지요.”
'상태적 진공' (2018)의 설치 전경. 송은 아트스페이스 제공

2019년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준(43)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랜드스케이프’(땅의 풍경)가 아닌 ‘사운드스케이프’(소리의 풍경)다. 3명의 다른 후보를 제치고 대상 수상의 영예가 그에게 돌아간 건 시각매체로서의 미술을 청각매체로 확장한 기여가 평가 받은 때문이다.
사운드 설치 작품 '에코 시스템' 안에서 포즈를 취한 김준 작가.

최근 지난달 중순 대상 수상자로 확정된 김 작가를 1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그저 큰 소리는 굉음일 뿐이다. 듣기 싫어하는 걸 강제로 듣게 되는 경우가 소음이다. 그런 소음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상태적 진공’은 이런 소음을 극명하게 체감하게 하는 퍼포먼스형 설치 작품이다. 서울 명동과 서울역 등지에서 한낮에 채집한 소음을 가장 고요한 시간에 들려주는 것이다. 세운상가 앞에 ‘사운드 부스’를 설치하고 새벽 3∼4시에만 신청한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정치 집회 확성기 소리, 유사종교의 포교 활동 소리 등 온갖 소음에 둘러싸여 살아요. 하지만 평소엔 느끼지 못해요. 애써 무시하기 때문이지요. 도시의 낮을 지배한 그 소리들을 새벽에 들으면 몸의 온 세포에서 감각되며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감각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에코 시스템' 외부 모습.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는 송은미술대상전 4명 후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 작가는 세운상가 앞에 설치된 소리 부스 영상을 벽면에 보여주는 동시에 소리 부스도 전시장에 재현했다. 또 다른 작품 ‘에코 시스템: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는 지질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도시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결과물을 아카이브 형태로 재구성했다. 서울 런던 시드니 베를린 등 도시 공간의 소리 뿐 아니라, 뉴질랜드 남섬, 호주 블루마운틴, 한국의 지리산 등 자연 환경의 소리를 집처럼 설치한 구조물 안에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놀라운 건 정상적인 청각으론 들을 수 없는 파장도 소리화했다는 점이다. 지질학자들이 사용하는 ‘컨택트 마이크’를 사용해 제주의 암석이 내는 파장을 소리로 구현하는 식이다. 각각의 소리들은 스피커가 장착된 서랍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해 원하는 소리를 꺼내서 듣는 재미도 준다.
'에코 시스템' 내부 모습.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다큐 사진 공모전 수상을 계기로 한 때 기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제가 갖고있는 강한 메시지를 담기에는 여러 직업 가운데 예술가가 가장 맞을 것 같아” 독일로 유학을 갔다. 빌레펠트 응용과학대학 사진&미디어학과에서 석사, 베를린예술대학에서 아트&미디어 석사를 딴 뒤 주로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한다. 송은미술대상은 ㈜삼탄이 세운 송은문화재단이 신진 작가 육성을 위해 시상하는 제도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개인전 기회가 주어진다. 전시는 28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