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지 이틀 만에 다시 운전을 해 논란에 휩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98)이 운전대를 내려놓을 예정이다.
영국 왕실은 성명을 내고 “필립공은 운전면허를 자발적으로 반납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필립공은 지난달 17일 왕실 별장이 있는 노퍽카운티의 샌드링엄 하우스 인근 교차로에서 맞은편에 오던 차량과 충돌해 자신이 몰던 랜드로버 SUV가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를 냈다.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9개월 아이는 다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필립공은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햇빛이 시야를 방해했다”며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상대편 차량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필립공은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뒤 안전벨트도 매지 않은 채 샌드링엄 하우스 근처에서 또 운전을 해 비난을 받았다. 현지 경찰은 “사고 후 필립공에게 분명히 적절한 조언을 해줬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 때문에 영국 사회에서 고령자의 운전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국 교통법에 따르면 운전 연령에 제한은 없으나 운전자들은 70세가 되기 90일 전에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3년마다 의료 검진 결과를 근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필립공은 평소 ‘운전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윈저성에 방문했을 때도 손수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조수석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탔고 뒷좌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미셸 오바마가 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