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아틀라스는 제우스로부터 지구를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등장인물. 의학계는 머리와 척추를 연결하는 ‘1번 경추’(첫 번째 목등뼈)를 아틀라스라고 부른다.
이 센터장은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9층 대강당에서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진행된 윤 센터장의 영결식에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떨어진 칼날을 잡지 않는 법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무시하고 사지로 뛰어들어 피투성이로 싸움하며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에게서 경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틀라스 이야기로 고인의 생애를 묘사했다. 이 센터장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형제인 아트라스는 지구 서구 맨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친다. 무거운 짐을 받아들인 아틀라스의 존재로 세상 사람들은 버틸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아틀라스 존재를 모르지만, 아틀라스는 무심하게 버틴다. 선생님은 바로 아틀라스였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그는 “해부학에서 아틀라스는 경추 제1번 골격이다. 두개골과 중추신경을 떠받쳐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머리와 맞닿은 첫 번째 뼈인 아틀라스가 조금만 틀어져도 그 아래로 연결된 모든 척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부위다. 중요한 것을 온몸으로 지탱하면서 그 고통을 말없이 견디는 존재. 이 센터장이 기억하는 윤 센터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 센터장은 ‘닥터헬기’(응급의료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과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항공의료인들은 선생님과 함께 하고자 한다. 선생님이 우리와 함께 비행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가 고도를 맞추고, 환자가 있는 상공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강하할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 달라. 생명이 꺼지는 환자를 싣고 비행할 때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우리의 떨리는 손을 잡아줄 것으로 믿는다. 상공에서 뵙겠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였던 지난 4일 오후 6시쯤 국립중앙의료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차 부검에서 사인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로 나타났다. 최종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