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례 건강검진에서 ‘아주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주치의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일정을 고려해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그의 건강상태를 과대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의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주치의인 숀 콘리는 “미국 대통령이 매우 건강하다고 알리게 돼 기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동안, 그 후에도 계속 건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백악관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브루스 리 존스홉킨스대학 공중보건대학 부교수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콘리의 성명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710일, 다음 임기 포함 2170일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매우 건강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며 “710일 안에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래에도 건강하리라 예측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로서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고려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73세의 고령임에도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후보의 건강상태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 공격에 시달릴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한 후로 주치의들은 입을 모아 그의 건강상태를 낙관했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며 오랜 개인 주치의인 헤럴드 보른슈타인의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보른슈타인은 “대통령에 선출된 사람 중 가장 건강할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주치의 로니 잭슨이 “대통령은 임기 내내 건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콘리를 비롯한 대통령 주치의들이 트럼프 대통령 건강상태를 낙관하는 ‘트럼프염(trumpitis)’를 앓고 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