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청소년이 본 스카이캐슬, 아이들에게 교육의 본질을 알려주세요.

입력 2019-02-09 20:02
나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기 시작했다. 단연 돋보이는 시청률과 함께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중고등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까지 스카이캐슬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에 가면 모든 아이들이 스카이캐슬의 내용을 예측하고 성대모사를 하고 있을 만큼 그 화제성이 대단하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성에서 아이들을 ‘최고’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욕망을 다룬 이 드라마가 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유, 특히 학생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소위 “캐슬식 교육” 이라고 불리우는 교육법을 학생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해보았다.

[청년기고]청소년이 본 스카이캐슬, 아이들에게 교육의 본질을 알려주세요.
기고자: 김정원 부천석천중 3학년


드라마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 외의 다른 방면에서 이 드라마가 인기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장 첫번째는 사회를 풍자하는 비판적인 모습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입시 코디를 고용하면 봉사활동부터 동아리까지 길을 만들어주며, 시험지를 유출하는 행동 또한 서슴지 않는다. 이 장면은 실제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사건을 풍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 하버드를 합격한 것처럼 모든 것을 속이고 도강까지 하는 모습은 지난 2015년 있었던 세라김 하버드, 스탠퍼드 동시입학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면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드라마에서 다루면서 이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비판하는 성향을 가진 드라마라는 점이 가장 큰 인기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인공들이 각기 다르게 가지고 있는 욕망과 이를 드라마 내에서 표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주인공이자 아이들의 부모인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수십억대 입시코디]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니.

드라마 [SKY 캐슬]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있는 것은 바로 ‘입시 코디네이터’ 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는 매년 2명의 아이들만 맡아 서울의대에 100% 합격시키는 부모들의 워너비이다. 무한경쟁이 도래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코디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수십억대를 호가하는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아이를 맡기게 되는 이 코디는 기출 예상문제를 제공하고 수능출제위원을 강사로 고용하며 그 과정은 무시한 채 아이를 서울의대에 보내는 데 모든 힘과 열을 다한다. 입시를 정면으로 맞닥트리고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소재는 매우 자극적이고 관심이 가는 분야이며,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재라고 생각이 된다. 실제로 입시 코디가 아이를 명상실에 앉혀두고, “ 오직 너의 목표, 너의 성공만 생각해. 너의 길 안내자는 오직 한 사람, 서울의대까지 안전하게 안내해줄 김주영 선생님이야. “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는 아이를 세뇌시켜 서울의대에 눈이 멀게 만들어버린다.

[스터디룸 호출] 피라미드 꼭대기, 우리아들 할 수 있지?

드라마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차민혁(배우 김병철)은 엄마가 아이들을 케어하는 캐슬의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본인이 자녀교육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교육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주입시켜 성공을 강요하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스터디룸으로 호출한 뒤 수학문제를 풀리고, 문제해결에 실패한 아이는 남겨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린시절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이루지 못한 목표를 자신의 아이가 이루기를 강요하는데 이는 교육보다는 사육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하버드 합격을 위조한 딸에게 실패작이라고 하며, 공부를 잘하는 딸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며 자식을 자신의 트로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히 극단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한데,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신분상승을 꼭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타인을 무시하고 동료를 경쟁자로 만들어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막무가내로 주입시키는 모습은 옳지 못하며,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3대째 의사 가문 만들기] 해야 붙는다구요, 해야!

캐슬의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한서진(배우 염정아)의 목표는 3대째 의사가문이라는 업적을 이루는 것이다. 황금 로드맵이라고 하는 서울의대 합격생의 포트폴리오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며,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부만 잘하면 붙을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반박하며, 현재는 학력고사 시대와는 다르게 부모의 정보력이 합격과 직결되는 ‘학종시대’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성공시키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목표로 삼으며 무시당하지 않는 학부모가 되기 위해 이름과 신분까지 모두 속이는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현 시대의 교육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심지어 자신이 고용한 입시 코디가 맡은 아이들은 그 집안까지 모두 비극을 맞이했으며, 코디가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였음을 알게 된 이후에도 아이를 맡기며 서울의대 합격에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인정받는 것과도 직결되어 있는 “3대째 의사 가문”만들기에 모든 것을 거는 한서진은 대한민국 엄마들의 고민을 나타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들이 바로 이 드라마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실제로 입시 코디를 고용하여 서울의대에 합격하고자 하는 주인공 예서(배우 김혜윤)은 본인 또한 서울 의대 합격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입시 코디에게 세뇌되어 부모를 멀리하며,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보다 아래로 보는 이기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예서의 경쟁자인 혜나(배우 김보라)는 어릴 적부터 사회의 냉정함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처럼 변한 데는 분명히 이 사회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주변의 예서 같은 아이들, 주변의 혜나 같은 아이들이 있는 이유는 그 아이들의 천성적인 성향이 아닌 주변 환경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스카이캐슬에서 나타나는 교육에는 문제점이 매우 많다. 청소년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아이들을 자신의 욕망을 대신 이루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부터, 공부가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칭하며 공부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 또한 끝없는 욕심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며 세뇌시키는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함께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스카이캐슬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저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연출이나 극본이 현실을 조금 더 부풀려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에 우리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또한 다른 친구는 드라마를 보고, 교육정책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며 바꿀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무엇이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을지, 바뀌어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중요한 학생의 본분이며, 공부를 한 사람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사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나 또한 학원을 다니고 입시를 경험했던 중학생으로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는 것이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학벌이 좋은 사람이 특권을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기회를 확장해 나가기 위한 과정이지, 남을 무시하고 폄하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라고 있는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성공을 강요하기 보다, 청소년기는 지속적으로 나를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시기임을 인식시켜주길 바란다. 아이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캐슬식 교육”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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