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
KBO 상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원정 경기 숙소에서 발생한 성폭행 혐의로 KBO로부터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은 키움 히어로즈 박동원(29)과 조상우(25)가 최근 증거 불충분 무혐의가 결정됨에 따라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가 출장정지 조처를 하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행위로 KBO 리그 품위를 손상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회봉사 활동 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징계 아닌 징계나 다름없다.
KBO가 추가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은 이미 징계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상우와 박동원이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처분을 받은 뒤 지난해 한 경기도 뛰지 못하면서 사실상 95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논리다.
또 박동원과 조상우의 지난해 연봉이 1억8000만원과 1억2000만원이었지만, 출장 정지 처분 이후 6개월간 월급을 받지 않아 금전적 처분 효과도 있었다는 게 KBO의 판단이다. 제재금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은 이유다.
KBO의 이 같은 결정은 체육계의 비뚤어진 성문화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원정 숙소에 술에 취한 여성을 데려와 일부는 성관계를 했다. 성폭행 여부를 떠나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일임에도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법적 문제가 해결됐다곤 하지만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대한별도 징계는 필요했었다. 앞선 출장정지 처분은 법적 다툼에 따른 조치였다면 품위손상행위를 따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었다.
체육계의 일그러진 성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80시간 사회봉사 활동’이라는 경징계로 여론을 덮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키움마저 경징계를 한 뒤 두 선수를 조기에 복귀시킨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두 선수가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팬들의 차가운 시선을 쉽게 거둬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복귀를 말할 때가 아니라 그들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논할 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