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가 보낸 근조화환이 고 김복동 할머니 측에 이어 고 김용균씨 유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당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김용균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나 원내대표가 보낸 근조화환이 도착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것도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민주노총) 관계자들은 화환을 받자마자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로 옮겼다. 나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이름이 보이지 않도록 돌려놓기도 했다. 화환은 빈소 밖으로까지 치워졌다.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김용균법의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비판을 받았다. 당시 나 원내대표가 “김용균씨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보지만 법을 잘못 개정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 제대로 검토한 뒤 합의할 것”이라고 해명했는데도 여론은 좋지 못했다. 결국 김용균법은 지난해 12월 27일 재석 185명에 찬성 165명, 반대 1명, 기권 19명의 결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나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화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 할머니 빈소에서도 외면받은 바 있다. 불과 약 1주일 전 일이다.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김 할머니와 같은 아픔을 겪은 이용수 할머니는 두 사람이 보낸 근조화환을 뒤로 돌려뒀다. 이름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 원내대표의 화환이 밖으로 옮겨지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박근혜정부가 일본 정부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은 2015년 12월 28일, 나 원내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기하지 못해 아쉽지만 외교적 협상에 있어서는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달 29일 김 할머니의 빈소에서 언급됐다. 조문하러 온 그에게 취재진은 ‘위안부 합의에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외교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할머니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