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 서울 소형 아파트 값도 떨어지고 있다…3년1개월 만에 중위가격 하락

입력 2019-02-09 05:00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7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최근 몇년 동안 서울의 전용면적 40㎡(12평) 이하 소형 아파트는 매물로 나오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고민할 새 없이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정도로 인기였다. 부동산 갭 투자자들이 몰렸고, 임대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신혼부부까지 가세하면서 가장 인기있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진정세가 서울의 소형 아파트 가격마저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달 전용면적 40㎡ 이하의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3년 1개월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값이 13주 연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형 아파트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양지영 R&C연구소는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3억2281만원으로 지난해 12월(4억1029만원)보다 8748만원이나 떨어졌다고 8일 밝혔다. 전월 대비 무려 21.3%나 하락했다.

소형 아파트 중위가격은 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월간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서 아파트 중위가격을 공개한 것은 2016년 1월부터인데, 지금껏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발표를 시작한 지 37개월만에 처음이다.

2016년 1월 서울 소형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4190만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상승 또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단 한 번도 떨어진 적 없던 소형 아파트 중위가격이 처음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하락폭은 서울 강북보다 강남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강남 소형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12월 5억2323만원에서 지난달 3억8174만원으로 급락했다. 한 달 새 무려 1억4149억원(27.0%)이나 빠졌다.

뉴시스

평균 매매가격도 서울 소형 아파트 가격 하락세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억7738만원이었는데, 지난달엔 3억5040만원으로 조사됐다. 한 달 새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698만원 떨어져 전월 대비 7%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울 소형 아파트 ‘불패’ 모드가 꺾이고 있는 게 확인되는 상황이다.

‘비싼 몸’이었던 서울 소형 아파트 가격은 진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게 뛰었던 소형 아파트 가격이 제 값을 찾아가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양지영 연구소장은 “소형 아파트는 임대사업용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각종 규제, 공시가격 급등 등으로 세 부담이 커지자 인기가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연구소장은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로 당분간 소형 아파트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8% 떨어져, 지난해 11월 둘째주 이후 13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포진한 동남권은 하락폭이 0.16%, 은평·서대문·마포구는 0.05%로 조사됐다.

전셋값도 전국적으로 0.08%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는 0.18%로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전셋값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남 사구는 무려 0.40%나 전셋값이 떨어졌고, 서울은 25개구에서 모두 전셋값이 내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