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는 A+이었지만 감독직에서는 달랐다.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 티에리 앙리 등 2000년대 유럽 축구를 호령한 3인의 레전드 선수들이 올 시즌 여러 리그에서 나란히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천차만별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누군가는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다른 이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하며 냉정한 현실을 깨닫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스코티시 프리미어십(1부리그)의 레인저스 FC를 이끄는 제라드 감독의 성과가 가장 돋보인다. 최근 리그와 컵 대회 포함해 4연승을 기록한 레인저스는 8일(한국시간) 기준 리그 2위에 머물러 있다. 라이벌 셀틱 FC(1위·승점 57)과의 승점 차는 6점. 단 두 경기차로 셀틱을 바짝 따라붙고 있는 레인저스는 2010-11시즌 이후 8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기세등등한 제라드 감독의 당면 과제는 새로운 공격진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레인저스는 지난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서른일곱의 베테랑 공격수 저메인 데포를 임대 영입했다. 15골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인저스의 간판 스트라이커 알프레도 모렐로스와 어떻게 공존시킬지가 관건이다.
램파드 감독은 잉글랜드 EFL 챔피언십(2부리그)의 더비 카운티를 무난하게 지도하고 있다. 더비 카운티는 현재 리그 7위로 중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리그 6위로 진출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음을 감안하면 성적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램파드 감독은 유명 선수 출신 감독으로서 받는 부담감이 있다고 밝혔다. 램파드 감독은 지난달 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라드와 나는 선수로서 명성이 있는 만큼 감독직을 맡을 때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선수 시절보다 승패가 신경 쓰이기도 했다. 램파드 감독은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로 뛸 때보다 더 즐겁고, 지면 더 씁쓸하다. 그만큼 감독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크다”라고 했다.
자신이 프로로 데뷔했던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은 앙리는 감독으로서 아쉬운 결과를 냈다. 앙리는 지난해 10월 프랑스 리그 1(1부리그)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AS 모나코에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그러나 3개월 동안 리그 2승에 그치며 반등을 끌어내지 못했고, 지난달 25일 해임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AS 모나코는 3개월 전까지 팀을 이끌었던 레오나르두 자르딤을 다시 감독직에 앉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