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최대 흑자, 세수 풍년이지만 추경 탄환은 사실상 ‘제로’

입력 2019-02-09 05:00

지난해 정부가 걷은 돈에서 쓴 돈과 이월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이 13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세수 풍년이다. 정부는 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금 정산, 채무 상황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활용한다.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추경을 통해 부양 효과를 낼 ‘탄환’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잉여금을 추경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잉여금을 절차에 따라 정산하면 추경 편성에 쓸 수 있는 재원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으로 추경 편성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정부의 재정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일반회계 10조7000억원과 특별회계 2조5000억원을 더해 총 13조2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07년 16조8413억원을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정부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이다.

세계잉여금은 법적 절차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된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우선 지방교부세 정산에 쓰인다. 이후 남은 금액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에 배분된다. 나머지의 30%는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 그러고도 세계잉여금이 남으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개별 법령에 따라 정부가 자체 세입으로 조정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 대부분은 교부세 정산에 사용될 전망이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39.5%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잉여금 내 내국세는 약 26조8000억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해야하는 돈이 약 10조5900억원인 셈이다. 지난해 전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10조7000억원) 규모를 거의 다 차지한다.

추경에 사용할 세계잉여금 재원도 거의 없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및 교육교부금 정산에만 10조5000억원 이상 사용될 예정이라 다른 재원으로 활용할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 감소 등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 추경 편성 요구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 재정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추경 편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연초라 올해 추경 재원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다. 추경 여부도 추후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세계잉여금의 최종 사용처를 3월 말 국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