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적은 폭으로 좁혀졌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까지만 해도 두 정당의 지지율 차이는 30~40%P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10%P대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8일에는 두 정당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8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37.8%, 한국당 29.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8.1%P 차이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주차에는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44.7%, 한국당은 13.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1.7%P 차이였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6월 2주차)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57.0%, 한국당이 17.6%로 39.4%P까지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바 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5주차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9%, 한국당 지지율은 21%로 18%P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56%, 한국당이 14%를 기록하며 무려 42%P나 격차가 벌어졌었다.
두 기관의 여론조사 추이를 종합해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상으로 보인다. 문제는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와 시기다. 일단 2차 북·미 정상회담, 한국당 전당대회 등 이달 말에 몰려있는 주요 정치 이벤트가 여론의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두 정당 간 지지율이 역전되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벌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2월 말까지는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결국 2월 말에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반도에 2차 평화 무드가 얼마나 조성되느냐, 한국당이 고질적인 당내 계파 싸움 없이 전당대회를 잘 마치느냐에 따라 각 진영의 지지율이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이 전당대회로 인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는 만큼 전당대회가 끝나면 지지율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현재 한국당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에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맞물리면서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각 세력이 빠져나가면서 다시 한국당의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청와대가 다시 남북문제를 잘 풀어나간다면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면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 결과도 각 정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심과 달리 무죄가 나와도, 1심에 이어 유죄가 나와도 정치적으로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야권이 똘똘 뭉쳐 정부·여당과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면서 “반면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오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상대방 탓을 하면서 엄청난 정치 공방을 벌일 것이고, 결국 댓글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3세력이 다시 한번 반등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판 기자 pan@kmib.co.kr